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책없는 '뒷문 상장'

최근 들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세원미디어그룹과 팬텀이 우회상장을 통해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하지원이 소속된 웰메이드 엔터테인먼트도 소프트랜드를 통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상장이 늘면서 이 분야가 코스닥시장에서 새로운 발전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사업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우회상장이라고 하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시장에 들어온다는 데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경우는 소속연예인 한 두 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기업실적이 영화 한 두 편의 흥행 성공 여부에 좌우되는 등 연속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이런 사업적 특성 때문에 ‘기업공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우회상장이라고 하는 뒷문을 통해 증시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에 진입한 한 중소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경우 올 3ㆍ4분기에 매출액 1억원에 영업이익은 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수익구조가 취약한 것은 기존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꾸준히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이 증시에서 오래 존속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테마에 편승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 영입이나 영화제작 소식 등의 호재성 공시를 남발하면서 머니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후유증도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뒷문을 통한 ‘부실상장’의 문제점이 내년부터는 불거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손쉽게 상장된 만큼 도태도 빠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벌어질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지만 거래소나 감독당국은 ‘제도적 보완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뿐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자 보호와 코스닥시장의 질을 개선하는 작업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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