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원로사제 20여명이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의 4대강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서울대교구장직 용퇴를 촉구했다. 천주교계에서 추기경의 용퇴를 촉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원로사제들은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대를 고민하는 사제들의 기도와 호소'라는 성명에서 "추기경이 주교단 전체의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 분열을 일으킨 것은 분명히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정 추기경은 동료 주교들과 평신도ㆍ수도자ㆍ사제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퇴의 결단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함세웅 서울대교구 신부는 "추기경직은 자의적으로 물러날 수 없는 것인 만큼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용퇴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한 원로사제들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발표한 성명서의 취지를 지지하며 "4대강 사업은 중단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병상 몬시뇰, 문정현 신부 등 원로사제 10여명이 참석했고 성명서에는 25명이 연대 서명했다. 원로사제들은 전국 교구 원로사제들의 연대 서명을 계속 받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지난 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주교단에서는 4대강 사업이 자연파괴와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는 소리를 한 것은 아니다. 위험이 보인다고 했으니 반대하는 소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도록 노력하라는 적극적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한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날 정치인으로서 종교계 내부 문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정 추기경과 사제단을 싸잡아 비난했다. 정 추기경에 대해서는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냈는데도 반대한 게 아니라는 말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고 사제단에 대해서는 "교회 내 갈등을 정치문제화하려는 의도적 행위로 사제면 사제답게 행동하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