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3월 11일] 끝나지 않은 유로존 위기

그리스 재정위기로 표출된 유로존의 금융불안이 한 달을 넘기면서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재정긴축안을 받아들이고 50억유로 규모의 국채발행에도 성공하면서 최근에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더 이상 그리스 위기의 확산 조짐은 없다"고 단언할 정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리스 위기가 잠복했다고 해도 유로존의 내일이 순조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스 다음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유로존 내부에서 4위에 이를 정도로 경제 규모가 크면서도 높은 실업률과 막대한 재정적자 등으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도 실업률 20% 육박 스페인은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4%까지 늘어난데다 실업률 역시 EU 평균의 두 배인 20%에 육박한다. 그리스 위기가 유로화에 편승한 '방탕한 정부' 때문이었다면 스페인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민간 부문의 급격한 부채증가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5조달러를 넘는 스페인의 공공ㆍ민간 부채 가운데 민간 부문은 7분의6이나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이 위기에 빠지면 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 등이 연달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문제는 현재의 유럽통화 시스템에서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스페인 등이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하고도 독자적인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높은 조달금리를 감수하지 않는 한 추가 국채발행이 어려워 재정지출 확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또 유로화의 결정적인 약점은 주요 의사결정에 신속성이 떨어지고 정책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아직도 그리스 지원을 놓고 프랑스와 독일이 의견을 달리하는 게 단적인 예다.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회원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가 3년 연속 3%를 넘으면 벌금을 내기로 했다가 흐지부지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해쳐 불신을 자초한 대표적 실책으로 손꼽힌다. "유로권에 정치적 통일이 없으면 유로화의 장기존속도 불가능하다"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남유럽 국가들의 또 다른 골칫거리는 만연한 디플레이션 기류다. 과거 높은 경제성장세를 보였던 스페인 등의 소비자물가 하락 추세는 1년이 넘도록 지속됐다. 투자와 고용, 소비가 모두 부진해 판매가격 하락세는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떨어지기만 하는 물가는 세수감소로 이어져 각국 정부가 균형예산을 회복하거나 공공부채를 축소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민간부채가 많은 스페인의 경우 현재의 주택거품의 붕괴가 경제 전체로 확산되면서 지난날 일본이 겪었던 장기침체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채권기구등 창설 시급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유로권 재정위기의 재발방지를 위해 유럽통화기금(EMF)이나 유럽채권기구(EDA) 등을 창설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EMF를 만들면 IMF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더 이상 EU 개별국가의 위기 가능성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높아지고 있다. 필요한 지원 규모가 그리스 680억달러, 스페인 2,700억달러, 포르투갈 410억달러, 아일랜드 47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BNP파리바은행의 분석은 아직도 유럽의 위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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