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에도 불구하고 새 아파트 분양은 쏟아지고 있지만 앞서 분양을 시작한 서울.지방의 아파트는 저조한 계약률로 몸살을앓고 있다.
일부 사업지는 분양가를 낮추고도 계약률을 높이지 못해 잠정적으로 분양을 중단하는 곳까지 속출하고 있다.
지난 달 서울 동대문구 장위동에서 아파트 분양을 시작한 D사는 초반 계약률이 심각하게 떨어지자 현재 분양을 거의 중단했다. 이 아파트는 3순위 청약에서 평균 2대 1 수준에서 마감됐지만 실제 계약은 30%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버블 논쟁'이후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주택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 같다"며 "주변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평당 400만원 가량 비싼 것도 미분양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사측은 계약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해 재분양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전시 중구 오류동의 R주상복합아파트는 지난 4월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되자 분양가를 1억-2억원 이상 낮춰 재분양했지만 여전히 손님이 없어 사실상 분양을 중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는 부진한데 모델하우스를 계속 운영할 경우 인건비.운영비만 나오기 때문에 오는 전화만 받고 있는 수준"이라며 "평형과 평면 구성을 재검토한 후 다시 분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울산.대구시 등도 잠정적으로 문을 닫는곳이 늘고 있다.
울산의 D주상복합아파트는 한달이 넘도록 계약률이 30%선에 그치자 전략적으로로열층 일부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분양 담당자는 "시장이 침체돼 있어 적극적으로 분양 판촉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가 좋아져 '고객끌기'용 상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저층 위주로만팔고, 로열층은 일부러 남겨놓고 있다"고 말했다.
11개 업체가 동시분양에 나서 관심을 끈 화성 향남지구의 분양아파트는 비교적계약이 잘 된 곳은 60-70%까지 올랐지만, 저조한 곳은 30-50%도 못 판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도권에서 보기 드물게 업체들이 중도금 무이자, 옵션품목 무료 제공, 발코니 확장 비용 일부 대납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에 비하면 기대 이하라는평가다.
이에 따라 월드컵 기간에 '울며 겨자먹기'로 아파트 분양에 나서고 있는 건설회사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구시 월성동에서 분양에 들어가는 W사 관계자는 "주변 분양시장이 좋지 않아회사가 마치 월드컵 경기에 임하는 것처럼 긴장되는 게 사실"이라며 "주변 미분양아파트와 어떻게 차별화해 판매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