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부정 부패는 어제 오늘에 이르러 비롯된 새삼스런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정부」들어서도 대통령이 부정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불구, 부정 부패는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여느면 사회 전체가 부패불감증에 걸려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세계 비정부기구(NGO)의 하나로 부패추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국제투명성 기구」(TI)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별 청렴도를 보면 한국은 전체 85개국 가운데 4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권에서도 한창 뒤진다. 외국기업들은 한국을 세계에서 기업 경영하기가 가장 힘든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불평하고 있다. 그만큼 규제가 많고, 규제가 자칫 공무원 뇌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직자는 부(富)를 탐해서는 안된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공무원이 아닌 다른 자리를 찾아야 한다. 예부터 내려 온 우리의 전통이기도 하다. 공무원은 명예와 자존심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정부는 공무원의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정부가 부정 부패방지를 소리쳐도 생계보장이 이뤄지지않은 상황에서의 캠페인은 실효성이 없다.
이번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은 내용에 따라서는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고위직의 과소비 때문에 말단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준수사항이 제정되게된 배경을 이해 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협조가 있어야 한다.
의식개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도적인 규범마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공직자 윤리법이 있고 부패방지법이 국회에 제줄돼 있다. 공직자 윤리법을 현실에 맞추어 개정해야 하고 부패방지법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 특히 부패방지법은 몇년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여야의 당리당략 때문이다. 공무원의 부패척결도 문제지만 정치권의 개혁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