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투기등급채권(정크본드) 비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처럼 정크본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다양한 금융기법 도입으로 정크본드의 위험이 낮아진데다 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이용해 바이아웃 사모펀드들이 ‘고위험’ 채권을 마구 사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국 경기침체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과잉 발행된 투기등급채권이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시한폭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신용도가 낮은 부실기업이 발행하는 투기등급 정크본드 비율이 71%로 사상 최고를 나타냈다. 지난해 스탠더드앤푸어스(S&P) 산정기준으로 정크본드에 포함되는 BB채권 비중은 전체의 25%, 이보다 한단계 낮은 B등급에 속한 정크본드는 4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80년 투자적격등급인 A등급 채권비중이 33%에 달했고 정크본드인 B등급이 7%에 불과했던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사모펀드들이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부실기업의 정크본드를 사들여 이를 위험도가 낮은 새로운 유형의 자산유동화증권으로 재발행, 수익을 챙기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신용도가 낮아 부실징후가 높은 B등급 정크본드를 발행하고 있는 기업은 제너럴모터스(GM)ㆍ포드자동차ㆍ토이저러스ㆍ포시즌호텔ㆍ갭 등으로 미국 기업 10개 중 4개사가 이에 속한다.
지난해 정크본드의 채무불이행 비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지난 20년 동안 채무불이행 평균 비율이 4.5%를 기록했고 경기둔화가 나타난 2002년에는 채무불이행 비율이 10%에 달해 과다하게 발행된 정크본드가 금융시장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대학의 에드워드 앨트만 재정학 교수는 “사람들은 과거의 아픈 기억은 쉽게 잊어버리고 최근의 좋은 기억들만 간직하려 한다”며 “지금 정크본드 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