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공적자금 대책횡령·유용자금 정밀추적 사실상 힘들어 실효의문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임직원이나 이 돈을 받은 기업주들이 빼돌린 돈을 추적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이 30일 발표됐다. 회수율을 높여 국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회수대책도 같이 마련됐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유관기관 협의회와 산하에 합동수사반을 만들어 금융기관 임직원이나 부실기업주들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자신했다.
또 공적자금이 들어간 금융기관들의 민영화작업도 예정보다 일찍 서두르고 주식시장상황이 좋아진다면 즉시 주식을 매각해 회수율을 높이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그러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의 소리가 많다. 그만큼 정책실패에 대한 대응책도 모래성이 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 부실기업주 은닉재산 어떻게 추적하나
정부는 급하게 대책반성격의 유관기관 협의회를 다음주중 발족시킬 계획이다. 여기에는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 예금보험공사, 국제청, 관세청, 법무부등이 공적자금관리와 회수에 관련된 기관이 모두 참여한다.
정부는 협의회의 격을 높이기 위해 재경부차관이 회장을 맡도록 했다. 협의회는 이번에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들을 일일이 검토하고 은닉재산을 추적하기 위해 부처간 또는 기관간 업무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산하에는 합동조사반이 설치되어 실무를 뒷받침한다. 진 부총리는 "합동조사반은 검찰내에 설치되며 공적자금 유발사범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합동조사반은 법무부장관의 특별지시 형태로 발족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실기업주들이 빼돌린 돈을 추적해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책임소재를 가리기가 여간 어려울 뿐 아니라 은행 또는 기업의 부실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했는가의 여부를 판정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뒤늦은 대책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형식적으로나마 공적자금의 유용이나 횡령을 막기 위한 차단장치는 마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부가 대책을 너무 늦게 마련해서 실효성을 얼마나 발휘할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은닉재산 추적을 위한 하드웨어가 너무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89년 8월 금융기관개혁재건집행법(FIRREA)을 제정, 공적자금의 횡령과 유용을 추적해 오고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연방수사국(FBI)내에 367명이나 되는 수사관들로 특별반을 발족시켰다.
이들이 지금까지 기소한 건수만 2,300여건에 달하며 이중 2,100명이 유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리신탁공사(RTC)는 이들로부터 6억달러의 재산을 환수했다.
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정부의 대책은 뒤늦은데다 하드웨어마저 너무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도 감사원 지적이 나오자 부랴부랴 대책을 급조한 것이다.
공적자금은 지난 98년부터 조성, 집행되고 있으나 이를 총괄하는 공자위 역시 3년뒤인 올해초에 발족된 경험을 갖고 있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항상 뒷다리잡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문수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범죄, 특히 공적자금을 이용한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공적자금 관리실패도 따져야 한다
정부의 타깃은 부실기업주와 금융기관 임직원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공적자금이 쓰일 곳을 잘못 정해 자금이 새나가도록 한 관련기관 담당자들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공적자금은 금융감독위원회,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가 중심이 되어 사용된다. 이에 대한 감독의 총책임은 재경부가 맡고 있다.
금감위는 어떤 금융기관이 부실한지를 판정하는 역할을 하고 이들이 제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검토하여 금융기관에 대한 처리여부를 결정한다.
예금보험공사에 공적자금 지원요청도 한다. 예금보험공사는 실제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자산관리공사는 부실채권을 돈으로 매입해 주고 있다.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엄밀한 심사와 철저한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