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새해시론] 2010년, 선진화 원년으로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난해에는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세계경제를 뒤덮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는 4~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피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가계ㆍ기업ㆍ정부가 힘을 합해 위기 극복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날아든 47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는 한국 경제의 회복을 더욱 빠르게 할 것이다. 이제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총명한 두뇌와 타고난 근면성을 바탕으로 지난해의 어려움을 극복한 지혜와 경험을 모아 새해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40여년이라는 짧은 세월에 근대화ㆍ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했다. 하지만 그동안 양적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질적 측면을 간과한 측면도 있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항구적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고 지금까지 미뤄왔던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우리 사회 곳곳에 산재한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는 곧 사회 각 분야에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반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함을 의미한다. 특히 상업활동을 둘러싼 모든 경제주체들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하는 제도 개선이야말로 선진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 전체의 고용률을 높이고 실업(특히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부(富)와 이를 창출하는 기업, 그리고 기업가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 한껏 발휘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지식기반 사회의 기본이 되는 고급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제도 개선에 특히 힘써야 하며 비효율의 대명사인 공기업 민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편 제도 개선은 사안의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 제도를 둘러싸고 이해 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제도의 일부분만 단편적으로 손질한다고 해서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사항은 제도 역시 시장 경쟁으로 합리적ㆍ효율적인 것은 살아남고 비합리적ㆍ비효율적인 것은 퇴출시키는 시스템을 정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이해 당사자를 둘러싼 얽히고 설킨 제도ㆍ규제를 정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둘째, 도덕ㆍ윤리ㆍ신뢰 등 사회적 자본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사회적 자본에는 수많은 사람이 함께 사는 사회에서 의당 지켜야 할 테두리를 정한 법적 규범 이외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 법이 서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을 규정하는 공식적 제약이라면 도덕ㆍ윤리ㆍ신뢰 등은 사람들이 지켜야 할 품위ㆍ명예ㆍ인격 등과 관련된 비공식적 제약이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비공식적 제약인 사회적 자본이 탄탄하게 축적돼야 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사람들 간 다툼이 자연스레 줄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풍토가 진작될 수 있다. 올해 경제와 함께 화두가 될 '국격(國格)'은 준법뿐만 아니라 이런 사회적 자본이 잘 기능해야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아무래도 정치 선진화가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다. 어느 사회나 이념의 추가 좌우를 오가며 유권자들의 판단 능력이 높아져야 정치 수준이 높아진다. 지난 10년간 두 정권 아래서는 이른바 진보의 정체성이 잘 드러났고 현 정권에서는 보수의 정체성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보수ㆍ진보가 정제돼 나라의 격(格)을 높일 수 있는 시기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후 여야는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여왔으며 급기야는 낙제 점수를 주기에도 아까운 모습이다. 이제부터라도 선진화를 위해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이 질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우선 대중 민주주의를 틈타 정치권이 앞장서 나라의 근본을 흔드는 포퓰리즘을 부추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겠다. 포퓰리즘이야말로 선진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법의 버거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존의 법체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당연히 국회의원들의 바람직한 의정활동 기준은 발의한 법안 수가 아닌, 사람들을 짓누르는 법을 얼마나 잘 정비했는가가 돼야 한다. 이는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감시ㆍ감독하는 시민단체들도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이제 한국은 그동안 쌓아올린 물적 토대 위에 정신적 풍요를 꽃피울 수 있는 여건이 상당히 잘 조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세계15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침 한국은 올 11월 개최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 지정됐다. 이를 계기로 나라의 격을 한층 더 높이고 정치ㆍ경제ㆍ문화적 측면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로 확실하게 들어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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