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암울했던 시대 피해지들에 상처달래는 마음으로 연기"

MBC드라마 '제5공화국' 전두환역 이덕화씨<br>23일 첫 방영

이덕화씨

“그 동안 중앙정보부가 권력을 남용하고 언론을 탄압하며…본인이 중앙정보부장이 된 이상….” 지난 1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오는 23일 첫 방영하는 MBC 특별기획 드라마 ‘제5공화국’(극본 유정수 연출 임태우) 촬영이 한창이다. 이 날 촬영분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중앙정보부장 겸임을 발표하는 자리. 5공 정권을 극으로 다룬다는 세간의 이목도 쏠려있지만, 극적 전개로도 전두환이 권력 장악의 분수령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장면이다. 임태우PD의 쩌렁쩌렁한 큐 사인이 떨어지자 시끌벅적했던 현장은 이내 주인공인 이덕화(전두환)에 집중된다. 반쯤 벗겨진 머리나 대사를 치는 억양에서나 언뜻 실제 전두환의 이미지도 엿보인다. 기획 단계부터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온 ‘제5공화국’이 오는 23일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이덕화의 전두환 역 캐스팅에서부터 5공 인사들의 대본 수정 요구까지 이미 드라마는 방송가에선 ‘방영 중’이나 다름없는 상황. 과거 MBC 공화국 시리즈가 그랬듯 실존인물들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전두환 외에도 노태우(서인석), 장세동(홍학표), 이순자(김영란), 허화평(이진우) 등이 드라마의 핵심 인물. 12ㆍ12, 5ㆍ18 등 역사적으로 민감한 소재들과 5공 세력들의 권력 암투 역시 브라운관에 생생히 재현된다. ‘타이틀롤’이나 마찬가지인 전두환 역의 이덕화는 “머리 때문에 캐스팅 됐겠죠. 돈 많이 준다고 해서 했는데 어떻게 된 거냐”라는 농담으로 촬영장의 무거운 분위기를 이내 익살스럽게 만든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연기경력 33년의 베테랑이지만 그는 “생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부담스럽다”는 말로 전두환 역을 설명했다. “5공 인사를 연기한다는 게 마음이 경쾌하지만은 않아요. 당시 직, 간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이들에겐 양해를 구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죠. 세월이 훨씬 지나 역사 속 인물로 연기한다면 최고의 배역이 됐을 겁니다.” 이 날 현장에는 고석만 MBC 제작본부장도 자리해 눈길을 모았다. MBC 공화국 시리즈를 만든 그는 국내 정치 드라마의 산 증인. 고 본부장은 “얄팍한 센세이셔널리즘에 기댈 생각은 없다”며 “시청자와 국민, 역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정정당당히 만들겠다”고 밝혔다. 5공 인사들의 대본 수정 요구에 있어서도 그는 “역사적 관점으로 충분히 반론권을 줄 수 있다”며 “의견 제시야 얼마든 가능하고 필요하면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압력으로 느끼진 않는다. 역사를 그리는 만큼 모두가 납득할 객관성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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