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돈 찍어서라도' 돈가뭄 막는다

韓銀, 2006년 올린 은행지준율 재인하 저울질<br>자금난 겪는 우량 中企 대출 연장도 적극 독려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부족이 원화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지자 정부가 ‘돈을 찍어서라도’ 원화 유동성 확대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과 기업의 자산건전성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자금경색으로 실물경제의 주축인 기업의 도산이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하기 위해서다. ◇달러뿐 아니라 원화도 고갈=달러부족은 환율급등으로 문제가 부각됐지만 상대적으로 원화 자금 부족은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달러 이상으로 원화 유동성은 심각하게 위축된 상태다. 은행이 채권을 발행할 때 지급해야 하는 가격을 의미하는 은행채 스프레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또 기업이 단기자금을 조달할 때 사용하는 기업어음(CP) 거래는 중단된 지 오래다. 이 같은 원화 자금 부족은 금융위기로 기업의 신용위험은 커지고 있는 반면 업황이 나빠 자금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의 예대금리차 축소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대출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지난 8월 7.5%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원화 자금 부족이 매우 심각해 상당수 기업들이 죽게 생겼다”며 “기업들의 회사채 거래가 완전히 끊겼고 은행에 들어오는 돈도 대부분이 단기자금”이라고 말했다. ◇돈 찍어서라도 원화 유동성 공급=정부는 기업 건전성이 나쁘지 않은데도 시중자금의 부족으로 기업 도산이 확산되면 금융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원화 유동성 확대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돈을 찍어서라도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원화 공급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국채 만기분을 돌려 은행채와 회사채 10조원가량을 매입하는 것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으며 이와 함께 은행들이 보유한 CP를 적극적으로 사들여 원화를 공급하기로 했다. 또 한국은행은 2006년 11월 5%에서 7%로 올렸던 지급준비율을 다시 내려 은행들의 자금 공급에 숨통을 터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원화 공급을 확대하기로 한 배경에는 최근 통화량 증가세가 둔화돼 물가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작용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통화량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데 이로 인해 서민과 중소기업의 고통이 가장 크다”며 “통화량 증가율을 정상적으로 올리는 것이 물가 불안을 가중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아울러 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해서는 자금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대출 연장을 적극 독려하기로 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기업의 흑자도산이 일어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원칙 아래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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