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ISTI의 과학향기] 식물은 우주서 어떻게 자랄까

우주 환경에선 중력 작용 안해<br>식물 줄기·뿌리 사방으로 생장


지난해 12월19일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수행할 18개 우주과학실험이 정해졌다. 그 중 하나는 우주에서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우주를 여행할 영광을 안은 씨앗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토종식물인 '콩'과 '벼'가 유력하다. 특히 콩의 경우 1~2일만 길러도 콩나물이 쑥쑥 자라기 때문에 생장관찰을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의 바람처럼 콩과 벼가 쑥쑥 자랐으면 좋겠지만 우주는 태양복사에너지, 햇빛, 방사선 등 식물이 자라는데 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다.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는 '중력'이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식물의 뿌리는 길쭉한 방처럼 생긴 세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처럼 생겼다. 각 세포에는 전분을 포함한 색소체인 '녹말과립'이 들어 있다. 이 녹말과립은 세포의 밑바닥에 가라 앉아 있어서 세포에게 아래쪽 방향을 알려준다. 덕분에 식물은 중력을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 환경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녹말과립이 세포 밑바닥에 있지 못하고 세포 전체로 퍼진다. 이렇게 되면 식물은 뿌리를 내릴 방향을 알 수 없어 더 이상 뿌리는 아래로, 줄기는 위로 자라지 않게 된다. 그래서 줄기와 뿌리가 사방으로 뻗으면서 자라게 된다. 식물을 구성하는 세포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포벽이 얇아지는 현상이 그 가운데 하나다. 식물세포는 동물세포와 달리 세포벽이 있다. 세포벽은 뼈가 사람의 몸을 지탱하는 것처럼 식물의 세포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는 세포를 지탱할 필요가 없어 세포벽이 점점 얇아지게 된다. 체세포 분열도 달라진다. 체세포 분열은 하나의 세포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2개의 딸세포로 나뉘는 과정으로 세포의 '복제'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체세포 분열을 못하게 되면 성장도 못하고 상처의 재생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식물은 우주에서 자랄 수 없는 것일까. 다행히도 싹을 틔운다. 더 나아가 그 식물이 자라서 다시 열매를 맺는, 식물의 한 생활주기까지 이뤄진다. 세포 하위단계는 정상적으로 발달이 안되지만 전체적인 생장과 발달은 가능한 셈이다. 2008년 4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에 가져올 성과가 기대된다. 그 결과물을 잘 갈고 닦으면 앞으로 한국의 두 번째, 세 번째 우주인은 우주에서 콩나물 무침에 쌀밥을 먹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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