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가 있는 풍경/12월 11일] 내가 화살이라면

다산의 처녀(민음사 刊)

내가 화살이라면
오직 과녁을 향해
허공을 날고 있는 화살이기를 일찍이 시위를 떠났지만
전유의 순간이 오기 직전
저녁의 키는 더 높이 자라 내가 만약 화살이라면
팽팽한 허공 한가운데를
눈부시게 날고 있음이 전부이기를 금빛 별을 품은 화살촉을 달고
내가 만약 화살이라면
고독의 혈관으로
불꽃을 뚫는 장미이기를
숨 쉬는 한 떨기 육신이기를 길을 알고 가는 이 아무도 없는 길
길을 잃은 자만이 찾을 수 있는
그 길을 지금 날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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