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SK 손길승 회장 '중형선고' 배경은

SK그룹 손길승 회장에 대해 법원이 28일 징역 3년의 실형과 함께 벌금 400억원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한 것은 `비정상적 기업운영에 대한 엄벌'과 `불가피한 경영판단에 대한 이해'라는 양면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풀이된다. ◆"孫회장 배임.조세포탈 모두 유죄" = 재판부는 "SK글로벌의 아상 지원은 IMF위기상황에서 계열사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범죄 의도는 없었다"는손 회장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상은 당시 파산상태여서 거액의 자금을 빌리더라도 갚을 능력이 없었는데도 피고인이 담보도 없이 2천492억원의 거액을 대여한 것은 경영판단 범위를벗어난 것"이라며 "SK글로벌의 부도를 막아 SK해운을 위한다는 의사가 있었다 해도배임죄는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물투자와 관련해서도 "회사 대표이사에게 어느 정도의 모험거래가허용되긴 하지만 피고인이 이사회 결의나 전문 투자조직도 없이 매도는 하지 않고매수만 계속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의 투자로 5천184억원의 손실을 초래한 것은 대표이사에 대한 모험의 허용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정상적으로 SK해운의 회계처리를 할 경우 부실이 드러날 것 같아분식회계를 하느라 과세표준이 줄어든 것일 뿐 법인세 포탈 의도는 없었다"는 변론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결과적으로 법인세 포탈을 하게된다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정상적 기업운영 엄벌" = 재판부는 손 회장에 대한 양형과 관련해 "기업경영 및 회계의 합리성과 투명성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이며 이에 대한 신뢰를 어기고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큰 피해를 끼친 죄질이 매우 중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단은 최근 법원이 비정상적인 경영으로 시장질서를 해친 기업인들에대해 잇따라 중형을 선고한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신영철 부장판사)는 지난 1월 계열사 부당지원 및 분식회계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던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전수안 부장판사) 역시 지난 1월 분식회계로 대출금을 가로채고 제조업체 납품대금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이동보 코오롱TNS 회장에 대해 "현재 기준으로 범죄라고 판단되는 과거의 행위와의 결별을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며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손 회장처럼 이사회 승인 없이 부실 계열사에 거액을 부당지원한 혐의에 더해분식회계로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던 장진호 전 진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6월의 중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손 회장의 경우 실제 SK그룹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고,법인세 포탈이 주 목적은 아니었으며, 개인적 이득은 취하지 않은 점과 정치인들의불법 정치자금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았던 점 등이 정상에 참작됐다. ◆SK사건 6개월만에 항소심 재개 = 손 회장은 이 사건에 앞서 지난해 SK글로벌분식회계 및 워커힐과 SK㈜간 주식맞교환을 통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등으로 최태원 SK㈜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 9명과 함께 기소돼 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에 걸려있다. 고법 재판부는 이 사건이 복잡하고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손 회장 사건 1심 판결이 나오는대로 병합해 심리하기로 하고 최태원 회장을 보석석방했다. 앞선 이 사건 1심에서 최태원 회장은 징역 3년의 실형이, 손 회장은 징역 3년에집행유예 4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에 따라 6개월 가까이 법원에서 잠자고 있던 이 사건 재판이 재개될 전망이어서 법원과 재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가 `과거의 기업관행'을 놓고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된 국내 유력기업의 경영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물론, 최태원 회장처럼 손길승 회장 역시 보석이 허가될지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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