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단 수용" 불구 난제 수두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 30일 유럽연합(EU)측에 40억 달러 대미(對美) 무역 보복을 승인한 조치와 관련 미국은 유감이지만 이를 수용, 관련제도 개선에 나서겠다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 행정부의 이 같은 발표도 의회 반대 등 여러 난관을 그대로 남기고 있어 실제 양자간 무역 마찰이 해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날 WTO의 결정이 발표된 직후 공식발표를 통해 "무역보복 승인규모가 너무 과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WTO의 결정사항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분쟁의 빌미를 없애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 대표 역시 "무역보복 승인 규모가 10억달러 정도가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WTO 결정을 존중,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약속한대로 관련제도를 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WTO 분쟁중재패널은 미국의 해외판매법인(FSC) 세제지원 제도를 둘러싼 분쟁과 관련해 EU가 요청한 40억달러 규모의 대미 무역보복 수준이 합당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미국이 유화적인 모습을 보임에 따라 EU 역시 당장 보복관세 부과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단 보복관세 리스트는 만들어 놓겠지만 미국의 FSC 세제 개정 움직임을 보아가면서 시행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와 함께 당장 시행하기에는 관세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수입업체들의 반발 역시 부담스러운 점이다. 이에 따라 EU는 보복관세라는 무기를 미국의 제도 개선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EU는 지난 달 미국의 철강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해 무역보복 리스트를 만들어 적절히 위협, 양보안을 이끌어 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 의회가 행정부의 세제 개선안을 거부하면서 양측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FT는 부시 행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의회가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럴 경우 EU는 공격적인 무역보복에 나설 수 밖에 없어 양측 관계는 결국 긴장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