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무슨 일이 있나'북한의 돌연 불참통보로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무기한 연기된 후로 정부는 대책마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정부는 박재규 통일부장관 주재로 열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이틀씩이나 앞당겨 15일로 열기로 했다.
북한의 불참통보 당일 "내부사정으로 보인다"는 다소 신중한 모습과는 달리 '뭔가 있다'는 위기감마저 보인다.
특히 평양 방문후 방한한 존 커 영국 외무차관이 14일 "북한이 미국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정부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또 장관급회담 연기이후 북한의 대미비난 방송이 수위가 높아지고 횟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정부를 다급하게 만들고 있는 한 요인이다.
북한은 이날 '함부로 경거망동 하지 말라', '미국은 여전히 대학살의 식인종의 나라'라는 비난 방송을 몇시간 간격으로 내보냈다.
따라서 정부는 NSC 상임위 회의에 평양 방문후 이날 밤 귀국한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을 불러 방문결과도 함께 보고 받을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북측의 장관급회담 연기 사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다각도로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우선 연기이유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이뤄져야 후속대책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NSC에서 ▦대북 전력지원 ▦금강산 관광료 지불 등을 포함한 금강산 개발협의 ▦한미정상회담 결과 등에 대한 북측 반응에 대한 대책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이날 남북장관급회담 연기와 관련 논평을 내고 "북한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갑작스럽게 연기된 것에 유감을 표시한다"며 "남북한은 대화를 통해 이해와 신뢰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하루빨리 대화재개에 나서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벼랑끝 전술을 다시 구사함으로써 시간도 벌고 실리도 챙기자는 속셈"이라며 "남북간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북미간 직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또 "북한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북미관계의 실타래를 푸는데 있어 우리 정부를 독립변수가 아니라 종속변수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북측에 끌려다니는 굴욕적 대북외교를 되풀이하지 말고 원칙을 세워 당당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정록기자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