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채 가격이 초강세(금리하락)를 보이면서 투신사들이 머니마켓펀드(MMF) 운용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채권 가격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자 일부 투신사들은 수탁을 제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투신업계에 따르면 25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연중최저치인 4.55%로 낮아지자 국공채 위주로 MMF를 운용해온 투신사들이 수익률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SK글로벌 사태 이후 투신사가 내놓은 MMF 상품은 거의 대부분 국공채 전용 펀드들이다. 이들 상품의 수익률은 이미 4.0~4.3% 수준으로 내려와 있으며 일부 상품은 3%대까지 떨어진 것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고채 수익률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며 추가하락하자 이미 마지노선에 달한 운용보수를 더 깎아 수익률을 보전해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익률을 더 낮출 수도 없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 투신사들은 아예 수탁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대형 투신사들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관옥 대한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신규 자금이 들어올수록 비싼 채권을 사게 되고 이의 영향으로 수익률은 떨어져 기존 고객이 피해를 입는다”며 “국고채 금리 하락세가 조금 더 지속되면 수탁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수탁액 규모가 작은 중소 투신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기존 MMF 잔액이 작은 상황에서 값 비싼 신규 채권을 편입할 경우 수익률 하락현상이 더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영기 삼성투신운용 MMF팀장은 “콜금리 인하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가운데 사스(SARS)와 북핵 영향까지 겹쳐 당분간 국고채 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투신사들의 상품운용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