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도위험이 같은 신흥시장에 속하는 말레이시아는 물론 태국보다 높다는 보고서가 23일 나와 논란을 빚었다. 이날 논란은 국가 부도위험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국채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으로 한국 등 신흥국가의 부도위험을 평가한 증권사 시황보고서 등이 촉발했다. CDS란 채권 부도 시 채권 매입자에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의 하나로 채권과 별도로 거래되는 일종의 부도 대비 보험이다.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면 그만큼 부도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한 증권사가 금융정보업체인 데이터스트림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 등에 따르면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의 5년 만기 국고채 CDS 프리미엄이 지난 21일 현재 4.27%포인트였다. 이는 금리인하를 비롯한 글로벌 정책 공조가 이뤄진 8일의 3.15%포인트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 수치는 주요 신흥시장국 중 브라질 3.86%포인트, 태국 2.57%포인트, 말레이시아의 2.68%포인트를 웃도는 것으로 한국이 이들 국가보다 국가부도 위험이 높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12개 비교 대상 신흥시장 국가 중 CDS 프리미엄이 가장 높은 국가는 아르헨티나로 31.50%포인트를 기록했다. 앞서 국제금융센터도 5일 한국의 국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이 1.84%로 말레이시아 국채 5년물의 1.70%보다 높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러나 CDS 프리미엄이 채권의 부도 위험을 표시하는 지표라고 해도 국가부도 위험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강하다. 특정 국가의 부도위험을 한 가지 지표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반론의 골자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기업부도 위험을 판단할 때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국가부도 위험을 CDS 프리미엄이란 한 가지 지표만으로 논하긴 어렵다”며 “CDS 프리미엄에는 해당 채권의 위험도가 반영되지만 거래상의 기술적 요인들로 인해 단기적인 변동성이 커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정책공조와 정부의 금융대책 발표 이후 무디스와 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종합적인 판단이 담긴 신용평가사들의 판단에 더욱 무게를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