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매업계가 경기침체에 떠밀려 대규모 파산보호 신청 사태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시작된 미국 상장기업들의 지난 4ㆍ4분기 실적 발표(어닝시즌)도 대부분 적자 행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한 전자제품 유통업체 서킷시티는 조만간 매각이나 자금투입에 관한 논의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청산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신문에 따르면 테네시주 녹스빌의 의류업체인 '구디스 패밀리 클로딩'는 현재 남아있는 287개 점포를 청산 중이며, 뉴저지의 의류유통업체 '어게인스트 올 오즈 USA'도 매각 또는 채무 재조정을 기대하면서 챕터 11에 따른 절차를 밟고 있다.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의류할인업체 로만스 홀딩스와 약국 운영업체 듀앤 리드 홀딩스, 귀금속업체 핀레이 엔터프라이스를 포함한 9개 소매업체와 식당이 정크본드 수준인 'CCC' 등급으로 떨어지면서 심각한 부도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했다. S&P는 1년전에도 6개 업체를 부도 직전의 상황으로 평가한 바 있는데 이중 3개업체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 앤 컴퍼니 구조조정그룹의 마이클 헨킨 이사는 "지난해 가을 이후 많은 소매업체들이 그럭저럭 연말 시즌을 바라보며 벼텨 왔지만, 이제 파산보호 신청을 피해가기 어려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최대의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는 6년 만에 첫 분기 순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56억9,000만달러로 전분기대비 19% 감소했다. 알코아는 지난해 여름이후 알루미늄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가격도 떨어지면서 작년 4분기 11억9,000만달러의 순손실(주당 1.49달러)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알코아는 전년 동기에는 6억3,200만달러(주당 75센트)의 순이익을 냈었다. 알코아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전체 고용인력의 13%에 달하는 1만3,500명을 감원하고, 임금 동결, 4개 사업부문 매각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오는 15일 실적을 발표하는 인텔 역시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금융권의 적자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WSJ은 씨티그룹이 오는 22일 발표할 4·4분기 실적에서 최소한 100억달러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달 말 실적을 공개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으며, S&P500 소속 제조기업들의 실적도 급격한 소비지출 감소에 따른 매출 부진으로 대부분 12% 정도의 순익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