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 3. 뿌리 깊은 인재를 키우자 <4·끝> 자질 부족한 교사 솎아내자

교원평가 결과 인사에 활용…부적격 교사 제재 강화해야<br>교원평가제 시범실시 첫해<br>수준이하 교사 그대로 방치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불만<br>제재 범위 구체적으로 명시 "별도 위원회서 심의" 주장도


#1. A중학교 2학년 역사 선생님은 5년차이지만 갈수록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체벌이 전면 금지된 교실에서 욕설을 하며 위협하는 학생을 다스리기도 힘에 부쳤다. 학생들 역시 설문조사에서 그의 가르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다른 교사와 비교평가를 받은 뒤 부적격 교사로 분류됐다. 그는 지방교육청 지침에 따라 학교를 휴직하고 교사 연수를 받았지만 교실에 돌아가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교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교육청도 권유해 교사를 그만뒀다. 구체적으로 기술한 지침에 따른 결정이었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동료 교사 모두 당연한 일로 여겼다. #2. B여자고등학교 3학년 체육 선생님은 정년을 4년 앞뒀다. 그는 지병인 간경화가 심해지면서 운동장 수업을 하기 쉽지 않았다.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 역시 체육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다. 체육 선생님은 1년 수업의 절반은 자습시간으로 활용하기 일쑤였고 나머지 시간에는 배드민턴 한 종목만 가르쳤다.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교원 연수는 물론 수업까지 연차휴가를 내고 빠졌다. 교장선생님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동료를 해고하는 '악역'을 맡기 싫어 그를 다른 학교로 전근 보냈다. 그 선생님은 전근 간 학교에서도 비슷한 식으로 2년간 근무한 뒤 또 다른 학교에서 2년을 다니다 명예퇴직했다. 앞의 사례는 일본, 뒤의 사례는 한국의 교실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학생과 학부모ㆍ동료교사가 교사를 평가하는 교원능력평가제를 처음 실시한 2010년. 대한민국의 학교는 아직도 부적격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와 섞인 채 그대로 남아 있다. 학생을 감정적으로 차별하거나 (성)추행하는 교사, 성적을 조작하거나 촌지를 받는 교사, 지병이나 부족한 실력 때문에 수준 이하로 가르치는 교사들이 여전하다. 학생과 학부모가 절망하는 이유다. 반면 교사들도 불만이 팽배하다. 잘 가르치는 교사를 만든다는 당초 목표를 비껴갔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ㆍ교사 모두 부적격 교사를 퇴출하고 교사가 교육에만 집중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원평가, 교사들이 가장 불만=교원평가 이전에도 인사를 위해 교사를 평가하는 제도는 있었다. 근무평정제도는 교장과 교감이 교사를 평가하는 제도다. 그러나 근무평정제도는 실제 교실에서 얼마나 열심히 잘 가르치는지를 평가하지 않고 교장에 대한 충성도, 교사들의 전문성과 무관한 보조업무를 얼마나 잘 하는지가 기준이 된다는 게 대다수 교사들의 중론이다. 이에 등장한 교원평가는 학생과 학부모, 교장을 포함한 동료교사 등 다면평가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시범실시한 첫해 학생과 학부모에 비해 교사들의 불만족이 컸다. 전제상 경주대 교육학과 교수팀이 학생과 학부모ㆍ교사 등 7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원평가제가 교육발전에 기여하는가'라는 질문에 학생 39%, 학부모 51%가 긍정했지만 교사는 16%에 그쳤다. 한만중 개포중 교사는 지난 7일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이 주최한 교원평가제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같은 과목의 동료교사라도 한두 차례의 수업 참관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생활지도를 평가할 때는 회의나 회식에서의 발언과 인상, 개인적인 친분이 평가자료"라고 토로했다. 학부모들 역시 현재 교원평가제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장은숙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회장은 "잘 알지 못하는 영양교사까지 평가해야 하고 직접 교실을 들여다 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내용을 묻기 때문에 아이에게 물어봐서 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교사와 학부모 모두 교원평가제의 항목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일부 교원단체는 학부모의 교원평가는 반대하고 있어 논란은 남아 있다. ◇교사가 바뀌어야 교원평가제 안착=교원평가제가 성공하려면 교사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설득과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현재 교사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교원평가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또한 인사나 퇴출자료로 활용하는 데도 반대하고 있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12시간 가르치는 교사와 24시간 가르치는 교사가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수업을 잘 가르치는 것과 상관없는 현재 교장승진제도가 있는 한 교원평가제가 정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사들이 퇴출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교 개조론'의 저자인 이기정 창동고 교사는 "인사자료로 활용하지 않는 평가는 무의미하다"면서 "학생에 의한 수업평가를 교사의 처우에 반영해 소수의 부적격 교사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적격 교사 구체적으로 정의해야=교사들도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 부적격 교사를 퇴출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전교조는 이들에 대한 제재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부적격 교사를 퇴출하라는 요구는 맞다"면서도 "다만 교원평가제는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도구로 두고 별개의 위원회를 마련해 학생의 제보를 받아 부적격 교사를 심의한 뒤 처벌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도 "교원평가제를 인사와 보수에 연계시키는 데 반대한다"면서 "부적격 교원의 재임용을 불가능하게 한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이 2008년 2월에 통과됐으므로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법에 앞서 부적격 교사의 구체적인 정의를 내려줄 것을 호소한다.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부적격 교사에 대해 "상습체벌이라면 어느 정도인지 폭언과 농담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일 한국대사관의 배유창 교육참사관도 "일본이 부적격 교사를 바로 제재할 수 있는 것은 부적격 교사에 해당하는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정해진 기한을 어긴 채 부적격 교사를 방치할 경우 교장과 교감에게 책임을 묻는 규정이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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