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대출 감독기관은 책임없나

◎은감원,95년 겉핥기 정기검사뒤 “문제없다”/재경원,신탁계정 통제권소유 불구 관리태만/근본적 재발방지책 부재속 책임 떠넘기기 급급검찰이 지난 19일 한보수사결과 중간발표를 함으로써 한보사태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종결한데 이어 은행감독원이 25일 한보관련 은행임직원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한보관련 은행에 대한 공식적인 처리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은감원의 한보관련 은행들에 대한 특검과 그에 이은 제재조치가 과연 한보부도와 같은 국민경제의 근본을 뒤흔드는 대형 금융사고의 재발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지난달 29일부터 조흥,제일,외환,서울,산업은행 등 한보관련 5개 은행에 대해 실시된 특검결과 은감원은 서울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의 여신취급 및 사후관리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95년이후 은감원이 이들 은행들에 대한 정기검사시 특별한 지적사항이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은감원이 당초 이들 은행들에 대한 정기검사후 한보철강 여신지원과 관련해 언급한 사항은 ▲경영상태 관망 필요성(조흥,외환) ▲한보철강 여신규모가 은행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음(제일) 등 코멘트수준에 불과했다. 이처럼 은감원이 특검을 통해 적발한 문제점은 정기검사시 지적한 사항과는 수준을 달리하고 있다. 한보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사고는 「수박 겉핥기식」의 현행 검사방식과 규정에만 얽매인 경직되고 소극적인 처리행태를 감안할 때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재경원도 이번 한보사태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재경원이 은행법상 동일인 여신한도에서 제외되는 신탁계정 대출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탁대출로 인해 한보관련 은행들이 거액의 부실여신을 떠안게 되고 신탁에 자산을 맡긴 고객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결국 재경원이 신탁계정에 대한 감독관리의 직무를 태만히 한 때문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한보철강에 대한 추가지원은 은감원 은행들에 지적했던 사항의 재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관련당국의 어느누구하나 책임있는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감독당국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기보다는 은행에 부담을 떠넘기고 「보신」에만 급급한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보사태 관련은행의 행장과 관련 임직원들이 제재를 받는 반면 감독책임이 있는 감독당국자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재경원과 한은 및 은감원의 인사적체를 해소하려는 기도로 연결될 경우 금융권의 거센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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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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