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 '변형'전

삶과 죽음의 '문턱' 물줄기 장막으로 형상화


숭고하지만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삶과 죽음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Bill Violaㆍ57)의 오랜 주제다. 난해한 현대미술에서, 쉽지 않은 비디오아트를 선보이지만 그의 작품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기에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다. 그의 전시마다 관객들이 길게 줄을 서 관람을 기다리는 것도, 스토리 없이 이미지와 음향 뿐인 영상물을 보고도 적잖이 눈물을 훔치게 되는 것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공감이 있어서다. 그의 신작 10여점이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변형 (Transfiguration)’이라는 제목으로 전시중이다. 동양종교에 심취한 작가가 “7년 단위로 몸의 세포들도 다 바뀐다 하니 인간은 계속 바뀌고 변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며 붙인 제목이다. 작품에는 끝없이 쏟아지는 물줄기, 온몸을 흠뻑 적시는 물이 빠지지 않는다. 작가는 “6살에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갔다가 호수에 빠져 죽음의 경계를 경험한 적 있다”며 “호수 바닥서 봤던 낙원 같은 세상이 너무 행복해서 계속 머물고 싶었지만 삼촌이 꺼내줘 살아났는데, 그때부터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작업의 모티브가 됐다”고 말했다. 비올라는 삶과 죽음의 ‘문턱’을 가느다란 물줄기의 장막으로 형상화했다. 관람객이 바라보는 쪽 삶의 세계는 최신장비로 촬영한 생생한 HD화면이지만 ‘문턱’ 너머 죽음의 세계는 1970년대식 장비로 찍은 뿌연 흑백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의 느린 움직임과 망설임을 담은 미세한 표정을 읽노라면 가슴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2층 전시장에서 5개의 화면으로 모습을 드러낸 ‘천년을 위한 다섯 천사들’은 절대 고독과 죽음의 순간을 경험하게 하는 걸작. 전희와도 같은 조심스런 빛의 떨림이 물결을 따라 흐르다 일순간 육체를 떠나는 영혼처럼 사람이 솟구치고는 사라진다. 별빛처럼 쏟아지는 물방울과 고요만을 남긴 채. 이번 대규모 개인전은 국제갤러리가 작가의 아시아 지역 활동을 총괄하고 있기에 성사됐다. 휴무없이 31일까지 전시되며 관람료는 성인 5,000원, 학생ㆍ단체 3,000원. (02)733-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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