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10월 23일] <1531> 터키 석유회사


1912년 10월23일, 터키석유회사(TPCㆍTurkish Petroleum Company)가 간판을 걸었다. 설립 자본금 8만파운드. 1908년 페르시아(이란)에서 발견된 거대한 유전에 자극 받아 오스만제국의 영토인 중동에서 원유를 찾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TPC의 특징은 모험자본의 국제결합. 지분을 25%씩 나눈 도이체방크와 영국ㆍ네덜란드계인 로열 더치쉘이 경영을 이끌었다. 지분 50%는 터키 국립은행이 보유했으나 은행 자체의 소유권이 영국에 있었다. 그나마 출범 2년 만에 터키은행의 지분도 영국계인 앵글로페르시안석유로 넘겨졌다. 터키은행의 주식 30%를 보유했던 아르메니아 출신 사업가 굴벤키언도 5%의 개인지분을 챙겼다. 전쟁과 이라크 석유 발견(1927년)은 지분구도를 다시 변화시켰다. 1차 대전을 통해 석유의 중요성이 확인된 상황에서 메이저들은 물론 각국 정부는 TPC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1928년 합의된 결론은 공동지배. 독일의 지분은 프랑스로 넘어가고 미국도 끼어들었다. 영국과 영국ㆍ네덜란드 연합, 프랑스, 미국계 자본이 각각 23.75%씩 지분을 나눴다. 나머지 5%는 굴벤키언에게 줬다. 최대 피해자는 패전 독일이 아니라 이라크. 약속 받았던 20%의 지분은커녕 한 주도 못 얻었다. 사명이 '이라크석유회사'로 바뀌었어도 이라크의 석유는 1961년까지 외국인들이 주물렀다. 1972년 국유화 일정을 완료하고 스스로 '이라크 국영석유회사'를 운영하던 시절은 잠시뿐. 오늘날 이라크의 원유는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라크를 점령했던 미군은 떠나가도 원유만큼은 미국계 자본의 손아귀에 잡혀 있다. TPC가 출범하던 순간부터 시작된 이방인의 지배는 이라크 석유의 숙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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