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中자본 전향적으로 유치해야

최평락<산업자원부 국제협력투자국장>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중국기업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레노보는 지난해에 미국 IBM의 PC 부문을 인수해 ‘싱크패드(Think Pad)’ 브랜드로 세계 노트북 시장을 석권했고 대표적 가전업체인 하이얼의 메이텍 인수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난징자동차는 영국 MG로버를 인수해 유럽 엔진시장에 진출했고 상하이전기는 일본 아키야마를 사들여 특수인쇄 제조기술을 습득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중국기업이 인수한 기술보유 독일 중소기업만도 278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행보로 중국은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손으로 주목받게 됐다. UN무역개발회의(UNCTAD)는 올해를 전후로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대의 해외직접투자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이제 ‘세계자본의 블랙홀’에서 ‘거대 자본 투자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정부가 지난 2002년 제10차 5개년 계획에서 해외투자를 국책과제로 선정하고 ‘쩌우추취(走出去)’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7,110억달러에 달해 자금력이 막강한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등 국제적 이벤트를 계기로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중국의 대한(對韓)직접투자는 2002년 징동팡(京東方)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부문 인수, 2004년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인수, 샨다(盛大)의 엑토즈소프트 인수 등으로 최근 들어 본격화하고 있으나 올 상반기까지 누계액은 17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의 대중국 투자가 120억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투자역조를 개선해야 하는 셈이다. 선진 통상국가를 지향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글로벌화하고 있는 중국기업과 손을 잡음으로써 광대한 중국시장 확보, 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통한 제3국 시장 공동진출, 자금부족으로 퇴출 위기에 처한 벤처기업의 소생,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가 중국자본에 수세적으로 임할 경우 경쟁적으로 중국에 투자유치단을 보내고 현지에 투자유치사무소를 설치ㆍ운영하고 있는 선진국들과 후발개도국들에 밀려 미래 성장동력과 시장의 상실로 연결될 우려도 있다. 중국의 한국축구 공한증과 같이 우리가 중국자본 공중증(恐中症)을 갖는 것은 지혜로운 선택이 아닐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와 쌍용자동차가 중국기업에 인수됐을 때 국내에서는 중국자본 진출에 대한 경계론과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알짜기업을 넘기면 기술유출과 시장잠식으로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외국인투자촉진법에서 국가안보 및 공공질서 유지 등을 위해 외국인투자 제외업종과 제한업종을 정해 전략산업과 첨단산업을 보호하고 있으며 방위산업체에 대해서는 산업자원부 장관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가칭 ‘첨단기술유출방지법’을 제정해 핵심기술의 불법유출을 방지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의 중국자본 유치노력은 지난해 12월 이희범 산자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베이징ㆍ상하이 투자유치단 파견 및 한국투자환경설명회를 계기로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기업인들은 한국이 세계적 산업강국이고 우수한 인력과 지정학적 강점 등을 가진 매력적 투자 파트너임을 새삼 깨닫고 있다. 서울에서는 오는 10월 중 제8차 세계화상대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세계의 유력 화상들이 한국 파트너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이다. 한중 수교 13년을 맞는 올해 중국자본 유치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경공업에 활력을 제공하면서 양국간 경제협력의 물꼬를 텄듯이 중국자본의 한국 진출이 자금난과 시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활력을 주고 아시아 산업강국의 명성을 이어가는 데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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