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면피용 예측

들판엔 벼가 익어가고 있다. 태풍이 몇개 더 불어온다니 걱정이 된다.요즘 기상예보는 일기를 잘 맞춘다. 소나기 오는 것까지 알아맞춘다. 물론 틀리는 수도 종종 있다. 지난번 경기북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종종 있는 제대로 알아맞추지 못한 케이스였다. 많은 비가 온다는 것은 예보했으나 그렇게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리라고는 예측하지 못 했다. 예상 강우량과 실제 내린 비의 양이 크게 달랐다. 예보대로라면 기껏 도랑이 넘쳐 흘러야 했는데 실제로는 댐의 제방이 무너지고 몇개의 도시가 물 속에 잠겼다. 기상특보는 그 뒤에도 또 틀렸다.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이 집중호우대에 들 것이며 북상하는 태풍이 남부에 큰 비를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큰 비가 오기는 했으나 기상청이 예보한 최대 강우량엔 미치지 못 했다. 물난리를 겪었지만 큰 재해는 입지 않았다. 예보는 틀렸지만 재해를 면한 기쁨때문에 누구도 기상특보가 틀린 것을 탓하지 않았다. 기상의 관측과 예보는 과학의 모든 것을 동원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상예보의 정확도는 날로 향상되고 있다. 기상의 변화를 미리 아는 것은 재해예방은 물론 일상생활을 위해서도 매우 귀중한 정보가 된다. 그러나 기상관측에도 한계가 있다 한다. 올 겨울은 춥다든지 따뜻할 것이라는 장기예보는 거의 믿을 수 없는 수준이며 국지적 집중호우나 돌풍과 같은 기상의 돌변현상도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다 한다. 종종 틀리기는 하나 기상예보는 이 세상의 어떤 예상·예측보다 가장 뛰어난 적중률을 자랑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 경제·사회와 관련된 각종 예측에서는 숫자는 그럴듯하게 나열하고 있지만 적중률은 우연에 좌우된다 한다. 무책임하게 내뱉는 소리가 아니라 전문가가 나서서 실제로 추적 조사해봤더니 그렇더라는 것이다. 지난 물난리때 설마 의도적으로 그랬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2차 3차 특보를 내면서 기상청이 예상 강우량을 크게 잡은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틀리면 그보다 다행한 일이 없으며 불행하게 적중한다해도 미리 대비할 수 있어 좋을뿐 아니라 예보 잘못한 「죄」를 면할 수 있다는 다목적인 이유에서다. 그런데 「죄」를 면하자는 예측·예보가 기상관측이 아닌 경제·사회분야에서도 성행하고 있는 듯한 기미가 보인다. 면피용인 듯 싶은 과장된 예측 그리고 경고가 함부로 내뱉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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