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합성의 오류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부동산 공화국`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세 사람, 아니 두 명만 모여도 앞으로 집값 어떻게 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경기침체, 청년실업,신용 불량, 노사문제 등 각종 경제 현안은 물론 대통령 재신임이라는 메가톤급 이슈도 부동산 담론 앞에서는 논외가 되기 일쑤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반(反) 시장적이라며 성토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투기`라는 말에 엑센트를 줘가며 더욱 강도 높은 대책을 주문한다. 교과서적인 해석을 전제로 하면 부동산 투자는 경제 주체의 이익 극대화, 또는 효용 극대화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실수요에 관계없이 부동산에 달려들면 결과적으로 가격이 급등해 버블이 발생하고 이는 곧바로 경제 시스템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개인이나 이익집단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행동이라도 공익을 배제한 채 동시에 이뤄지면 사회 전체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라고 한다. 원전폐기물 관리시설을 둘러싼 부안 사태나 원지동 추모공원 설립 논란에서 보듯 우리 동네에는 위험시설이나 혐오시설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님비 현상도 결국은 합성의 오류에 따른 결과다. 노사 갈등도 마찬가지. 노사 양측 모두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끝까지 대립하지만 결과는 파업과 직장폐쇄, 그리고 이로 인한 불신의 심화와 경제 불안만 남게 된다. 합성의 오류에 따른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임에도 고스란히 사회 전체로 전가되기 때문에 개인이나 이익집단이 체감으로 느끼는 심각성은 낮다. 그게 바로 함정이다. 한 나라의 경제나 사회가 속으로 곪아터져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모럴 해저드의 극단까지 치닫게 된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의 주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치는 자동차의 핸들에 비유된다. 핸들을 어느 쪽으로 돌리느냐 여하에 따라 한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는 현재 실종 상태다. 정치판의 알량한 주도권을 놓고 이전투구만 계속하고 있다. 마치 눈 앞의 먹이에만 정신이 팔려 머리 위에서 매나 독수리가 내려 덮치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참새처럼…. <정구영(국제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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