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소금의 과유불급

소금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맛을 내고 음식물을 장기보관하며 부를 축적하는 데 소금이 들어간다. 시곗바늘을 과거로 돌리면 소금 이야기는 거의 무한대로 늘어난다. 산업과 무역을 낳고 부의 편향을 가져왔으며 동서를 막론해 국가의 주요 수입원으로 활용된 게 바로 소금이다. 소금의 수많은 성격에서 딱 하나만 고르라면 분명한 답이 가능하다. '생존 필수품'이라는 사실이다. 초원과 사막의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암염을 찾아 빨아댄다.


▲필수품이기에 소금은 일찍부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아프리카 소금 무역의 기원은 최소한 기원전 3,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시대에는 봉급(salary)이라는 단어가 소금(salt)에서 갈라져 나왔다. 춘추전국시대에 제나라가 강대국으로 군림한 것도 소금 전매제 덕분이다. 네덜란드는 청어의 염장기술을 혁신하며 15세기에 유럽 최고 부국으로 떠올랐다. 13세기부터 소금세를 주요 세입원으로 삼았던 프랑스에서는 세율이 오를 때마다 봉기가 일어났다. 프랑스 대혁명(1789년)의 원인을 가혹한 소금세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식민 권력의 수탈에 맞서 '소금행진'을 펼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관련기사



▲우리 조상들도 소금을 귀하게 여겼다. 바닷물을 끓여 얻는 소금을 얻는 자염업은 왕실과 권력자의 몫이었다. 상업이 천시되던 조선에서조차 소금을 등에 진 등짐장수는 마을마다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한국인들이 소금을 마음대로 사용한 것은 불과 50년 전부터다. 귀하디 귀했던 소금은 이제 경계의 대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민의 과다한 나트륨 섭취를 억제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국 없는 날'을 지정한 데 이어 대한항공 같은 기업들이 '나트륨 줄이기' 캠페인에 나섰다.

▲소금의 좋은 얼굴 찾기는 인간이 하기 나름이다. 명품으로 대접받는 프랑스산 '게랑드 소금'보다 뛰어나다는 신안산 천일염은 미네랄과 마그네슘ㆍ칼슘의 보고라고 한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한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문제지 소금 자체가 나쁘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라는 가르침도 있지 않은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