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9개국과 막바지 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우리 정부는 일단 관세화를 유예하되 오는 2008~2009년께 쌀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외교부ㆍ농림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대외경제장관회의와 국무회의를 열고 관세화 유예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쌀 협상의 잠정 타결안의 수용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잠정 의무수입물량 8%(약 41만톤)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당초 정부가 목표한 7.5%(38만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도중 관세화 옵션’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수용 여부를 속단할 수 없다”면서 “협상 당사국들이 막판에 (우리가)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해오면 국익을 기준으로 심각하게 판단해 볼 수밖에 없다”며 아직 변수가 많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시장 개방을 늦출수록 각종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쌀 시장 개방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불가피하다”고 밝힌 뒤 “때문에 정부는 일단 관세화 유예를 받아들이되 이번 협상에서 확보한 ‘도중 관세화 옵션’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옵션은 우리나라가 상황을 판단해서 어느 때든지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관세화 전환시점에 대해 정부는 오는 2008~2009년을 적기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DDA협상을 통해 최소 2~3년 후에 관세율과 TRQ 등이 정해지고 그 시기쯤이면 의무수입 물량도 큰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진교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9년에 관세화로 전환하면 오는 2014년에는 실제 수입물량이 6.5~6.6%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 정도면 이번 협상에서 타결한 8%(2014년)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허상만 농림부 장관도 지난 20일 “일단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은 뒤 관세화 전환 여부를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농림부는 지난17일 쌀 협상 잠정결과를 발표하면서 “관세화 유예기간을 10년 연장하더라도 이행기간 중 우리의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2008~2009년께 ‘성난 농심(農心)’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정부가 ‘정치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는 점이다. 외교부ㆍ재경부 등 정부 일각에서는 그 대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므로 지금부터 서서히 관세화로 전환해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할수록 각종 제약이 발생하는 만큼 농업 시장의 구조조정을 위한 확실한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우리가 많은 국가들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기 위해서도 쌀 시장 개방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