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더럽고 불편하고…" 단점 보완한 지문감식 신재료 나왔다

경찰청 신경택 경장 세계 최초 개발 "사용도 편하고 인체에도 무해… 美 C.S.I 첨단기법 뺨치죠"

"더럽고 불편하고…" 단점 보완한 지문감식 신재료 나왔다 경찰청 신경택 경장 세계 최초 개발 "사용도 편하고 인체에도 무해… 美 C.S.I 첨단기법 뺨치죠" 살인사건 현장에 긴급 출동한 감식요원이 가방에서 붓을 꺼내 범인의 손이 닿았을 만한 곳을 꼼꼼히 붓질한다. 지문이 나오면 투명테이프로 본을 떠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전과자 지문과 대조해 용의자를 찾아낸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미국 범죄드라마 `C.S.I(현장감식반) 과학수사대'의 한장면이다. 시청자들은 과학에 입각한 미국 경찰의 첨단 감식기술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러나 이 멋진 장면 뒤엔 가려진 현실이 있다. CSI 대원은 필름통처럼 생긴 용기에 담긴 규소와 탄소 성분의 연필심 가루 같은 혼합가루를 바닥에 쏟아 놓고 붓으로 쓸면서 정전기를 일으켜 가루를 붓끝에 묻힌뒤 지문이 나올 만한 부분에 붓질을 한다. 이 과정에서 사방으로 날리는 이 가루 때문에 지문감식반은 얼굴이 숯검정으로 범벅이 되기도 하고 사건현장이 바람 부는 야외이거나 비라도 오면 지문감식에 애를먹는다. 지문감식반의 가장 큰 불만은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게 검증되지 않은 이 미세한 탄소성분 가루를 들여 마셔야 한다는 것. 게다가 범죄 피해자마저 이런 식의 지문감식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따르면 도둑을 맞은 한 집에서 지문감식을 했는데 얼마뒤 같은 집에 또 도둑이 들어 지문감식을 하려고 붓을 꺼내니 "저번처럼 하려면 신고 안 한 걸로 할테니 그냥 가라"며 내쫓김을 당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처음 감식했을 때 잘 지워지지도 않는 감식용 가루가 사방으로 날려 집안이 엉망이 된 데다 미세한 가루가 가전제품에 들어가 고장을 일으키는 등 감식작업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경찰청 증거분석계 신경택 경장은 이런 부작용을 없애려고 작년 8월부터 개인 돈을 들여가며 연구에 몰두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신 경장의 눈에 띈 것은 여직원들이 화장에 쓰는 콤팩트파우더. 가루를 굳혀 콤팩트파우더 용기에 담고 화장품처럼 붓으로 찍어 쓴다면 가루가 날리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화장품 회사를 전전하며 6개월 간 연구 끝에 고체로 굳혀도 강도가 강하면서 인체에 무해한 천연광물을 소재로 한 시제품을 개발, 올 2월 전국 10개 일선 경찰서에 시험용으로 공급했다. `이런 게 있었느냐'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가루가 날리지 않는 것은 물론 지문선명도도 기존 가루형보다 훨씬 뛰어났고 감식 뒤 잘 지워지기도 해 금상첨화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지문 감식을 마치면 화장을 끝낸 것처럼 뚜껑만 닫으면 돼 가루가 담긴 통을 비닐봉지에 넣어 갖고 다니던 종전보다 휴대도 간편해졌다. 세계 최초로 `콤팩트파우더형 고체 지문감식 기법'이 탄생한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시연회를 거쳐 전국 경찰에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신 경장은 "종전에는 감식용 가루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려지지 않은상태에서 그대로 들이마실 수 밖에 없어 감식반원들의 걱정이 적지 않았다"며 "신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입력시간 : 2006/05/03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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