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단 변해야 산다/(下) 체계적 관리 운영을] 제도ㆍ인식 전면적 혁신 필요

“국가가 주도한 전문산업단지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만 있는 독특한 입지입니다. 빠른 경제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해 왔지만 그만큼 운영미숙이나 사후관리 부족으로 과밀화 문제, 난개발, 공해 문제 등이 야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국 30개 국가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산단공의 임종인 박사는 “이제 우리 산업단지도 업종별로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 운영되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관점에서 공단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손익 따져 업종ㆍ지방별 인센티브 도입 필요= 주요 산업단지들 중 일부는 설립 초기부터 뚜렷한 조성목적 대신 비경제적 논리에 입각, `과시용 행정`으로 급조되다 보니 업체분양이나 업종집적화가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공단조성 후 사후관리 문제 해결에 있어 `부처별 떠넘기기` 현상이 잦은 것도 이런 점에 기인한다는 얘기다. 논란이 일고 있는 수도권 공장입지 문제는 수도권 과밀화 방지라는 명분과 지방으로 이전하지 않으려는 기업 현실이 맞물린 경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도권, 비수도권의 단순 이분화를 벗어나 수도권 내에서도 개발취약지역, 미개발지역 등을 나눠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산단공 관계자는 “같은 수도권이라도 이천, 화성 등에는 공장이 몰려 있는 반면 가평, 연천 등 경기북부 지역은 텅 비어있다”며 “이천, 화성 등지도 기업들이 모이다 보니 인프라가 생겨난 경우인 만큼 다른 수도권에도 이런 집적화의 장점을 얻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의 지방이전을 위해서는 단순지가 인하 이상의 프리미엄을 제공, 지방으로 가더라도 원활한 기업활동이 지원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 두 기업만을 이전시키는 노력 대신 관련업종을 묶어 한꺼번에 일부 지방으로 이전토록 하고 주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체계적 관리 시급 = 일본의 경우 각 산업단지는 해당 지자체에서 관리비를 걷고 예산을 투여하며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산책정을 통해 산업단지 관리비용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중앙정부와 일선 지자체의 관리권을 통합, 관리공단이나 전문기관에 일임해 이를 전문적으로 담당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단지별로 특화업종을 마련, 종합육성 발전할 필요도 있다. 700여만평 규모의 입지에 정보통신 업종을 특화 시킨 프랑스 소피아 앙티폴리스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곳은 중앙정부에서 중추기관 입지를 지원하고 국립과학연구센터, 창업보육센터 등을 입주시켜 프랑스 내 최첨단 단지로 손꼽힌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역시 94년 지방정부의 남부 맨하탄 재활성화 계획에 따른 지원정책으로 성공한 경우. 캐나다의 오타와 클러스터는 정부정책 아래 산학연 협력과 연구, 생산기관 중개를 통해 통신미디어와 의료환경에너지 분야를 특화 시켜 발전한 경우다. ◇구조고도화 사업, 대안 역할 해내야=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은 공장설립지원센터, 지역별 산업집적추진단 운영 등을 명시한 법이다. 이 법에 따라 산자부와 산단공 등은 기존 산업단지를 지식기반 산업집적화(클러스터)로 조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이다. 산단공 조성태 홍보팀장은 “구조고도화 사업은 산단공의 관리기능을 입주기업의 경쟁력 제로를 위한 지원 위주로 개편, 입주업체 전문화를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단지 입주업체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각 단지별로 업종별 특화사업을 추진하는 일 등이 구조고도화 사업의 일환이다. 공장설립지원센터 강화, 물류여건을 개선한 입주업체 물류공동화 사업도 진행된다. 구조고도화사업에 따라 향후 산업지구별로 특화산업과 핵심 개발지구도 설립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이곳은 현재 전자ㆍ정보기기, 정밀기기,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특화산업단지로 개발할 것이 예정돼 있다. 이밖에 경기 남부지역에 생물ㆍ메카트로닉스 집적지구, 충남 지역에 정밀화학, 생물 분야 특화 등이 예상되고 있다. 단지내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이런 노력들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되어야 만 `공단`이 `첨단산업단지`로 거듭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상경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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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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