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로스쿨 부작용 많아…도입 신중을"

한인 첫 뉴욕주 대법원 판사 전경배 씨


“로스쿨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한인 최초 뉴욕주 대법원 판사가 된 전경배(44) 판사는 13일 “미국에서도 로스쿨이 변호사 과다 양산과 소송 남발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서구의 선진화된 제도를 한국식에 맞게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수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전 판사는 또 “한국은 경제 분야에서의 시장개방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빨리 법률시장도 열어야 한다”면서 “외국 법률회사와의 경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양하고 선진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20년간 미국 검사와 판사로 일하면서 배운 강력범죄와 조직범죄, 성범죄 수사 등에 대한 노하우와 미국의 형사소송 제도에 대한 지식을 한국에서 적용해보고 싶다”며 “한국 정부기관이나 로펌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 판사는 미국의 배심원제도에 대해 비판하며 “법률 전문지식이 없는 배심원들은 객관적인 원칙보다는 감정이나 감성에 이끌리는 단점이 있으며 명백한 범인인데도 무죄평결이 난 경우도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무죄비율이 1%에 불과한 한국의 형사제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교회 일을 하는 부모님을 뵙기 위해 종종 한국을 방문하며 그때마다 한국의 판사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미국 형사소송 제도와 한국의 사법개혁 등을 주제로 강연회를 자주 갖는다”고 밝혔다. 한국의 사법개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 판사는 후학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전 판사는 “내 고등학교 성적표는 평균 C+였다”면서 “지금 인기 있고 다들 하고 싶어하는 직업을 구하기보다는 창의적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11세 때 이민 왔을 때는 영어 한마디 하지 못했고 당시만 해도 한국인이 금발의 치어리더와 데이트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미국 주류사회에서 한국인들의 위상이 높아져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 판사는 지난 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우이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존스홉킨스대(정치학)와 뉴욕 포댐 로스쿨을 졸업했다. 87년부터 맨해튼 지방검찰청 검사, 뉴욕시 형사법원 감독관, 뉴욕시 형사법원 판사, 뉴욕주 법원 판사 등을 역임하며 중범죄 사건을 주로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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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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