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임금과 잦은 노사분규, 각종 규제 등으로 국내 설비를 뜯어 해외로 공장을 옮긴 기업 수가 외환위기 이후 매년 30%씩 늘어나면서 무려 4,200여개 사를 넘었다.
특히 해외로 설비를 옮기는 기업들 중 70%가 `제조업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을 택해 몇 년 후 상당한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부메랑`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해외탈출이 이처럼 러시를 이루고 있지만 공장이전에 대한 원인분석은 물론 이전형태ㆍ업종 등 정확한 기초통계조차 관리되지 않고 있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산업자원부와 관세청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거래은행에 투자신고를 하고 해외로 설비를 옮긴 기업은 지난 97년 424개사에 그쳤으나 올 들어서는 9월 말 현재까지만도 무려 790사에 달했다.
해외로 설비를 이전한 기업 수는 98년 외환위기 당시 368개사로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 99년 464개 ▲ 2000년 623개 ▲ 2001년 814개 ▲ 2002년 1,070개로 해마다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98년부터 올 9월 말까지 해외로 설비를 옮긴 기업은 총 4,219개사에 달했다.
이 통계는 기업이 해외직접투자(FDI) 신고를 한 뒤 설비 등 현물을 투자하는 `해외투자수출`을 근거로 관세청이 집계한 것이다. 해외로 설비를 옮긴 기업의 숫자가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국내기업이 공장을 뜯어 해외로 옮긴 현물투자만 해당되는 것"이라며 "현금을 투자하는 기업 수까지 합치면 해외이전 기업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해외로 설비를 이전한 기업들의 대부분은 중소ㆍ중견기업이지만 대기업들도 경쟁력을 상실한 업종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어 제조업 공동화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해외로 설비를 이전한 기업들이 몰리는 곳은 대부분 중국이다. 98년 이후 해외설비이전 기업 4,129개 가운데 중국으로 간 업체는 2,921개사로 전체의 71%를 차지했다.
중국이전 기업은 97년 307개에서 98년 252개로 줄었다가 ▲ 99년 353개 ▲ 2000년 492개 ▲ 2001년 641개 ▲ 2002년 865개 ▲ 2003년 9월 현재 671개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선택하는 곳은 노동력이 우수하고 값이 싼 베트남으로 98년 이후 모두 315개 기업이 설비를 이전했다. 베트남은 99년부터 우크라이나와 필리핀을 제치고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들 해외이전 기업의 설비가격, 다시 말해 해외투자 금액은 연간 3억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이들 설비는 대부분 감가상각 처리한 것이어서 실질 투자효과는 단순한 금액보다 휠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권구찬기자,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