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이 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요다가 꼭 이긴다고 말하거나 요다쪽에 내기를 거는 사람은 적어도 한국기원 주변에는 없었다. 그만큼 한국의 애기가들은 요다에 대한 반감이 컸다. 지난 날 수도 없이 이창호를 꺾은 요다는 말하자면 한국의 애기가들에게는 공적(公敵)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훈현, 이창호 사제에다 한국의 차세대 선두 주자인 송태곤마저 무찌르고 올라온 것이었다. 후지쯔배 결승은 단판 승부. 요다는 두터움 위주로 포석을 짜나가고 있다. 박영훈은 언제나 그러하듯 실리부터 챙겨나갔다. 흑51은 어설픈 착상이었다고 박영훈이 후회한 수. 참고도의 흑1이 실리의 요소였다. 백2가 공격의 급소가 되지만 흑3으로 붙이는 맥점이 있어서 충분히 싸울 수 있는 형태였다. 백56은 중원의 주도권을 도모한 수였지만 박영훈은 요다가 이 수로 57의 자리에 끊어 신속을 취할까봐 걱정했다고 한다. 흑이 57에 잇게 되어서는 일단 집으로는 흑이 앞서는 바둑이다. 흑59는 급한 자리. 백58로는 가에 지키고 두는 방식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