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될뻔한 中企기술 액수론 年5兆 넘는다 산업보안 무방비상태…지난4년간 적발건수 65% 달해 이현호 기자 hhlee@sed.co.kr 관련기사 [이젠 中企가 생명줄] 국부가 새 나간다 서울디지털단지에 소재한 중견 TV 업체 L사. 지난해 8월 한 거래기업에서 제품개발 의뢰가 들어와 6개월 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시제품을 보냈다. 제품이 마음에 든다면 가계약을 하겠다고 통보해 올 2월 양산체계를 마무리하고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끝내 연락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법인으로부터 현지의 한 디지털TV 업체가 똑같은 신제품을 생산, 출시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공조수사 결과 이 사건은 최근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기업간 협력을 가장한 전형적인 기술유출 형태로 드러났다. L사는 이 사건으로 8개월간 연구개발비 100억원 등 약 200억원의 직접적 손실을 입었다. L사는 앞으로 5년간 최대 1,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던 첨단기술 유출 사건이 근래들어 중소ㆍ벤처기업으로까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ㆍ벤처기업들이 산업 스파이들의 중요한 먹잇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산업보안을 제대로 구축하느냐 여부가 기업의 생명을 좌우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1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요즘 들어 산업 스파이 첩보가 한 달에 3~4건씩 접수되고 있다. 중소ㆍ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산업기술 유출이 이뤄졌거나 시도됐던 경우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그 규모는 한해 평균 5조440억원에 달한다. 오주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기술기반팀장은 “지금까지 적발한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방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산업보안이 취약하기 짝이 없는 중소ㆍ벤처기업의 보안관리 실태 등을 감안하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의 ‘첨단 산업기술 유출실태’ 자료에 따르면 이 센터가 설립된 지난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적발한 기술유출 시도 총건수는 92건. 이 가운데 65.2%인 60건이 중소ㆍ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2003년에는 1,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04년 9조1,120억원, 2005년 5조5,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5조4,674억원으로 늘어 총 20조1,794억원에 달한다. 적발된 60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타깃은 IT 분야이다. 전기전자 분야가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정보통신 13건 ▦정밀기계 6건 ▦정밀화학 4건 ▦생명공학 3건 ▦기타 5건 등의 순이었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의 한 관계자는 “각국의 산업정보전이 가열되고 특히 국내 IT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ㆍ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산업 스파이의 활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그나마 최근 몇 년 동안 산업보안에 대한 인식과 대처가 강화되면서 연간 적발 및 피해건수가 늘지는 않았지만 더욱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7/04/11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