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2월 10일] 中企도 사회적 책임 다해야

3년째 수도권에서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는 박모 사장은 얼마 전 업계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했다가 아주 씁쓸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공익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이었지만 이날 모임의 화제는 어떻게 하면 정부 지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지, 내년에는 어떻게 계획서를 마련해야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지에 맞춰져 있더라는 것이다. 정부 의존한 방만 경영 우려 그는 "과연 민간기업이라면 회사 경영을 이런 식으로 해서 꾸려갈 수 있었는지 자꾸 의구심이 들더라"면서 "사회적 기업이 민간기업들보다 자생력을 갖고 살아야 하는데 변질된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고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사회적 기업들 사이에서도 정부 지원을 아예 끊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도 덧붙여졌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사회적 기업의 목적을 일자리 창출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한명이라도 더 직원을 쓰라고 권유하는 통에 본래 사업방향과 달라져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최근 일자리 창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적 기업의 어두운 측면이기는 하지만 일반 중소기업들로 눈길을 돌려보면 상황은 오히려 더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중소기업 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정책자금에만 과도하게 의존해 회사 일을 방만하게 경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당장은 정부 자금에 의존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겠지만 너무 단맛에 빠져 있다 보면 정작 기업의 자생력과 성장동력을 상실해버리는 우를 범하기 마련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정책자금 지원을 컨설팅해주는 전문업체 등에는 기업들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대신 작성해달라는 일감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정부기관이나 금융회사에 신청서를 제출하려면 건당 300만~400만원씩 들여 화려하게 포장해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원하는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도 곁들여지기 마련이다. 정부가 최근 대ㆍ중기 상생주간을 맞아 중소기업 구매액을 100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조달시장의 구조를 뜯어보면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규모가 작은 영세기업일수록 기술개발에는 소홀히 한 채 조달시장에만 의존해 하루하루 회사를 꾸려가는 천수답 경영에 매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기업 현장실사를 통해 조달물량만 수주 받아 놓고 다른 기업에 하청을 주거나 아예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입찰을 따낸 곳을 상당수 적발했다. 물론 일부 기업에 국한된 얘기이기는 하지만 공공시장마저 기업들의 편법행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구멍이 뚫려버렸으니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 혈세가 엉뚱한 곳에 쓰여졌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사이에서도 이제는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중소기업계 스스로의 자세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얘기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네곳 중 한곳은 아직도 사회적 책임경영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거나 전혀 실행에 옮기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기술·경영혁신으로 경쟁력 갖게 중소기업들도 더 이상 불리한 경영여건과 낮은 경쟁력을 정부에 의존해서 해결하거나 그저 잘못된 사회적 인식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진정 국민에게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회사 규모가 작더라도 공단 주변의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을 틈틈이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는 훈훈한 장면을 볼 수 있다. 또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은 직원들을 한명이라도 더 고용하고 그들의 가족이 회사에 의존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제 중소기업이 진정한 스몰 자이언츠로 성장하려면 기업인 스스로 기술개발과 시장 개척에 노력하고 꾸준한 경영혁신으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비전과 꿈을 찾아 중소기업으로 몰려오고 신뢰받는 경제의 실핏줄이 뻗어나가는 건전한 기업생태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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