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브랜드의 겨울철 대표상품인 모직코트의 위상이 예년 같지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겨울 추위가 매서워지는데다 직장 여성들 사이에도 비즈니스 캐주얼 바람이 불면서 모직 코트보다는 점퍼 스타일의 아우터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에서 전개하는 빈폴레이디스는 이번 가을ㆍ겨울(F/W) 시즌상품 가운데 다운점퍼 제품을 지난해 대비 60%가량 대폭 늘렸다. 제일모직의 구호 역시 아우터 가운데 캐주얼한 라인의 상품 물량을 작년보다 20% 키웠다.
LG패션도 코트보다는 캐주얼한 점퍼에 힘을 실었다. LG패션의 모그는 올 시즌 신제품으로 출고된 야상점퍼나 다운점퍼 등 활동적인 느낌의 아우터가 전체 외투 물량의 40% 정도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등 다수의 여성복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패션그룹형지도 올 겨울 다운점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전체 브랜드의 다운관련 상품은 전년에 비해 물량은 38%, 상품수는 24%나 확대했다. 특히 크로커다일레이디에서는 강추위에 헤비다운 제품이 잘 팔려나갈 것을 대비해 경량다운 제품을 줄이는 대신 기장을 3cm 늘인 헤비다운 제품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출고했다
이처럼 아웃도어 브랜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캐주얼한 다운점퍼가 여성복 영역까지 넘어오게 된 것에 대해 업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계절적 영향이 원인으로 꼽힌다. 올 가을도 예년보다 짧아지고 가을은 예년보다 이르게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스쳐 지나가는 가을 대신 긴 겨울에 대비해 두터운 아우터를 고르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김희정 제일모직 빈폴레이디스 MD는 "혹한이 빨리 찾아오고 강추위가 지속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운점퍼에 대한 고객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침체됐던 의류 수요가 겨울을 앞두고 추워진 날씨 덕에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감도 다운점퍼 생산량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여성복 브랜드의 주고객인 직장 여성들이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사이 직장에서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까지 포멀한 정장보다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출퇴근 이외에 주말까지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점퍼가 코트에 비해 활용도가 높아졌다. 또 캐시미어나 울 소재의 코트에 비해 관리가 쉽다는 점도 다운점퍼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수현 LG패션 모그 디자인실장은 "소비자들이 여가와 웰빙에 관심을 쏟으면서 여성복 디자인도 과거와 달리 활동적인 아이템과 소재가 각광받고 있다"며 "이에 따라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다운점퍼나 야상점퍼 스타일이 여성복 브랜드의 신규 전략 제품으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