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올 연구개발(R&D) 부문 추진계획은 주목할 만하다. 투자와 인력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도 그렇지만 연구개발에도 고객만족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능력 확충은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의 앞날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적처럼 우리 경제는 지금 기술 경쟁력에서 앞서 있는 일본 등 선진국의 견제와 후발주자인 중국의 맹추격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돼 주력산업마저도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LG가 올 R&D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20%나 늘리고 석박사급 520명 등 모두 1,400명을 새로 충원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구본무 LG 회장이 제시한 ‘고객만족 지향 R&D’ 개념도 신선하다. 그는 연구원들에게 “지금까지의 R&D가 새로운 기술 그 자체를 중시했다면 이제는 고객만족을 위해 더 나은 방식을 찾는 쪽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며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고객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획기적 신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존 사업 분야와 제품에서도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고객 욕구를 충족시키면 1등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그 좋은 사례가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이다. 에어컨은 백색가전으로 우리나라에서 계속하기는 어려운 업종으로 꼽힌다. 그러나 LG는 연구개발을 통한 지속적인 기능 개선과 생산성 향상으로 몇 년째 세계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시장지배력도 그렇지만 수익성도 뛰어나다.
바이오산업ㆍ나노기술 등 미래의 먹을거리가 될 새로운 산업을 찾고 기술을 개발하는 게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이지만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 분야의 연구개발과 생산성 향상 노력이 필수적이다. R&D에 고객만족 개념 도입은 연구개발의 효율성 제고 및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기술력으로 무장할 경우 사양산업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