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서울포럼 2012] 한국, 일본 꺾을 기술력 갖춰…기업브랜드 만큼 국격 높여야

■특별대담<br>앞선 제품 품질에 연결 국가 브랜드 차별화 나서길<br>감성·SW시대… 상품에 '한국의 혼' 심는 것도 중요

잭 트라우트

이용섭

"한국은 일본을 제압할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도 일본의 뒤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지금이라도 브랜드 차별화를 꾀해야 합니다."

전세계 마케팅 업계의 대표로 불리는 잭 트라우트 트라우트앤드파트너스 대표는 17일 한류의 경제효과를 높이려면 우리의 국가 이미지와 기업ㆍ문화 이미지 간 연결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역설했다.


그는 특히 한국도 인도처럼 최첨단 '테크놀로지 하우스'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갖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라우트 대표는 이날 서울 장충동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2' 행사 직후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과 대담을 하며 한류 세계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트라우트 대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러한 성과가 한국이라는 브랜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한류가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정도이며 성급한 낙관론 대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한국을 팔려면 한국을 먼저 소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성공적인 제품과 (제조국ㆍ제조사 간의) 연결선을 만들어야 한다"며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상품의 품질은 확신하지만 한국에 대한 인식이 작기 때문에 누가 만들었는지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문화를 통해 우리의 장점을 알리면 한국 제품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신뢰도 강해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특히 "기술과 자본도 중요하지만 감성과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라며 '한국의 혼을 담았다는 믿음'을 한국의 제품ㆍ문화상품에 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장은 "한류가 아직은 드라마ㆍ가요 등의 일부 장르로 한정돼 있고 지리적으로도 한정돼 있다"며 "한류가 국가 브랜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음식ㆍ국악ㆍ한복 같은 전통 문화예술로 장르가 확산돼야 하며 미국ㆍ유럽 등으로 (지리적 영향력을) 넓혀야 한다"고 내다봤다.

두 대담자는 다만 문화한류를 어떤 방향으로 세계화하느냐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이 의장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며 "고유한 특성을 가져야 (한류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한 반면 트라우트 대표는 "중국과 인도에도 강력한 문화가 존재하지만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어 서로 비슷한 것을 즐긴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두 인사의 대담 내용.

▦이용섭 의장=한류가 아시아에서 대단한 성공을 이뤄냈다. 중국ㆍ일본ㆍ태국ㆍ대만ㆍ필리핀 등 아시아 전역에서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문화가 먼저 길을 열면서 한국 상품과 한국 이미지도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한류는 여전히 아시아에 한정돼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한류의 장르가 드라마나 가요 같은 일부분에 한정돼 있는 것도 문제다. 한류가 국가 브랜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음식ㆍ국악ㆍ한복 같은 전통 문화예술로 확산돼야 한다.


▦트라우트 대표=동의한다. 한국에는 눈부신 성공을 이뤄낸 상품(product)이 많고 문화도 우수하지만 마케팅은 초보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 이러한 약점이 내가 바로 이곳에 와 있는 이유다(웃음). 한국의 마케팅 전략은 제품의 우수성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벤츠라고 하면 전세계 소비자들은 권위와 품격을 떠올린다. 우수한 품질은 물론이다. 그리고 우리는 벤츠가 독일 차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자연히 독일 하면 뛰어난 엔지니어링 국가라는 브랜드 포지셔닝이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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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한국 방문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한국이 세계 1위의 조선대국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자 대부분 내 말을 믿지 않았을 정도다.

이 때문에 삼성은 전자제품 업계의 '리더'라는 식으로 먼저 개별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기술을 가졌다면 이를 먼저 알려야 할 것 아닌가.

▦이 의장=좋은 지적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자. 우리가 이미 좋은 상품과 기술ㆍ창의력을 가졌어도 작은 나라인 한국 입장에서는 이를 알릴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한국을 홍보할 방법으로 내세우는 게 한류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우리만의 특별한 문화를 만들어놓으면 한국의 뛰어난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트라우트 대표=문화와 마케팅의 접목은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사실 너무나 어려운 작업이다. 예컨대 외국인이 한국 드라마에 끌려 한국을 찾는다 해도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 이들이 전부 한국 문화 자체에 완전히 젖어드는 것은 아니다.

또한 중국과 일본ㆍ인도 등 한국의 경쟁국들은 모두 고유의 뛰어난 문화를 가지고 있다. 문화가 제품판매를 촉진하는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나는 이번에 세번째로 한국을 방문했지만 높은 빌딩과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라는 이미지 외에 이렇다 할 느낌을 받지 못했다. 차라리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새로운 국가 브랜드를 갖춘 인도처럼 한국도 최첨단 '테크놀로지 하우스'로서의 브랜드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이러한 작업이 이뤄진다면 한국이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의장=기업 이미지를 한국 브랜드로 격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한국 정부도 브랜드 정립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제를 잠깐 돌려보겠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한국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나.

▦트라우트 대표=정치와 마케팅에는 정말로 닮은 면이 많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도 여러 차례 정치 컨설턴트를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슬로건은 '전진(forward)'이다. 정치인의 역할은 이런 슬로건에 명확한 계획과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다. 말만 앞세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신뢰가 생긴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참석자

잭 트라우트 트라우트 앤드 파트너스 회장

이 용 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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