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장기불황 마감 회복세 조짐"4월에 바닥쳤다" 경기전망 상향조정
일본 경기가 2년여동안 지속된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회복 궤도에 올라설 조짐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 경제기획청은 20일 발표한 6월 월례경제보고에서 경기가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자율적 회복 움직임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에 이어 경기 전망을 상향조정,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앞서 19일에는 기획청이 「경기동향지수연구회」를 개최, 경기가 지난해 4월에 바닥을 쳤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난 97년 4월 이래 내리막을 걸어온 일본 경기는 25개월만에 간신히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이는 전후 3번째로 긴 침체기로 기록됐다. 일본 경제는 지난 70년대 2차 석유파동 당시 3년, 80년대 형성된 거품 붕괴 직후 1차 헤이세이(平成)불황 당시 2년 8개월간의 경기 침체를 겪어 왔다.
이같은 기획청 발표로 일본 경제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짐에 따라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급등, 19일 2주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05엔대로 진입한데 이어 20일에도 강세를 보였다. 아울러 경기 회복 조짐이 가시화됨에 따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고수해 온 제로금리 정책을 가까운 시일내에 포기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경기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일등공신은 기업. 1·4분기중 기업의 경상이익이 전년동기비 두자리수로 늘어난데다, 정보기술(IT)이나 비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확실히 되살아나기 시작한데 따른 것이다. 기업의 신규 채용 움직임이 보이면서 고용에 대한 평가도 상향조정됐다.
지난 1·4분기중 국내총생산(GDP)은 민간부문의 수요 증대에 힘입어 연 10%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일본 경기가 본격적인 자율 회복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획청은 월례보고를 통해 「아직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개인소비의 경우, 소득이 더이상 줄어들지 않는데 힘입어 소폭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5월중 기업의 도산 건수가 전년대비 14% 늘어나는가 하면 실업률이 아직 4.8%라는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점도 경기가 아직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 경제기획청 장관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정보기술(IT)분야를 경제발전의 엔진으로 활용하는 등 구조개혁을 선행해야 한다며, 경기 회복기조를 굳히기 위해 공공사업 부문의 예산을 조기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입력시간 2000/06/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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