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작가는 늘 변화한다는 점이 장점이에요. 2005년 발간된 ‘비밀과 거짓말’은 90년대 은 작가가 선보인 작품들과 확실히 차이를 보입니다. 전작들에 비해 사회 의식을 내면 깊숙이 표출했죠.” “대학생 때 황석영 선배님의 글을 보고 문장 감각을 익혔어요. 건조한 듯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와 서사 형식이 인상적이었어요.” 네티즌이 뽑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황석영(64)씨와 차세대 작가 은희경(48)씨가 예스24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주최한 남도 문학 기행에 참가해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지난 7월 2~22일 예스24에서 진행한 인터넷 투표에서 각각 우리시대 대표작가와 차세대 우리 작가로 선정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답게 두 사람의 첫 만남도 책과 엽서를 통해 이뤄졌다. 1989년 무단 방북 사건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구속됐던 황 작가의 생일날 소포가 전달됐다. 은 작가가 등단 이후 쓴 첫 번째 소설 ‘새의 선물’을 보내온 것. 황 작가는 ‘손이 차가운 사람이 마음은 따뜻하다’는 옛 속담으로 서평을 갈음했다. 이는 비교적 건조하고 냉랭한 소설의 특징과 은 작가의 따뜻한 성격을 한 문장으로 재치 있게 표현한 것. 황 작가는 현재 우리 문학이 번영과 쇠퇴의 기로에 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최고 작가로 평가하는 일본은 대중문학 중심으로 옮겨갔고, 중국은 정부의 검열 때문에 루쉰 이후 시대정신을 담은 우수한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한국은 이에 비해 다양한 성격의 문학, 이른바 ‘본격문학’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침체기가 아닌 중흥기”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중문학을 중심으로 한 베스트셀러 줄세우기 관행이 지속될 경우, 1~2년 내 일본처럼 본격문학이 쇠퇴해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 작가는 “황석영 선배는 사석에서는 더 없이 편한 사람이지만 문학에 대한 견해를 나눌 때는 전율이 느껴지도록 진지해진다”며 “항상 새로운 걸 갈구하고 당대에 대한 치열한 시대의식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지성”이라고 말했다. 황 작가는 은 작가에게 “작품은 좋은데 상복(賞福)이 없는 것 같다”며 “문학상 시기에 맞춰 탈고하면 수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덕담을 전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