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럼 참관기]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서울포럼 2010 둘째날] 미리 본 '한국 희망 100년'


신라호텔의 넓은 다이너스티홀이 청중들로 가득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에게는 그야말로 글로벌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렸다. 스위스, 프랑스, 미국, 중국 등 세계 각지의 최고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세계와 한국의 장래를 논의했다. 서울경제신문 창간 50주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경제 신문이 창간을 기념해 연 '서울포럼 2010'의 잔칫날 풍경이다. 첫 연사는 최고의 스토리 텔러인 기 소르망 교수였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12가지의 사항을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풀어 나갔다.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말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스스로의 역사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발전 역사는 세계가 공유해야 하는 유산인 만큼 한국의 브랜드로도 삼는 것이 좋겠다고 한 대목이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단일 민족을 고집하기 보다는 세계 시민으로 거듭나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특히 외국으로부터 투자만 받으려고 하지 말고 학생과 근로자들도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순혈주의로 뭉친 동방의 닫힌 나라가 아니라 진정한 글로벌 국가로 거듭나라는 조언이었다. 특별 연설에 나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경제의 성장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역설했다. 대량 생산과 양적 팽창의 습관을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바꾸어가자는 것이다. KDI의 현오석 원장은 최고의 한국 경제 전문가 답게 앞으로 30년 뒤인 2040년 한국 경제의 구체적 모습을 전망했다. 경제규모(GDP)는 2조8,000억 달러로 늘어날 거란다. 지금의 3배가 되는 것이며 순위로는 세계 10위로 올라서게 된다. 1인당 GDP는 약 6만 달러가 될 것인데 일본이나 독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필자가 살아 있는 동안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런 일이 공짜로 될 리는 없다. 현 원장은 한국 사회 시스템의 총체적 개혁에 대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스위스 IMD의 가렐리 교수는 화려한 언변과 파워포인트 자료로 청중들을 매료했다. 이렇게 나라마다 빚을 내어 흥청거리다 보면 모두가 망한다. 그러니 생산성을 올리라는 말이었다. 프랑스 액센트가 섞인 영어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둘째 날에도 화려한 연사들의 행진은 계속되었다. 기조 강연자로 나온 하바드 대학의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는 미국과 유럽 경제는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아시아국가들,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은 앞으로 10년간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G20 회의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말란다. 뒤이어 산업 부문별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IT 산업을 대표해서는 스티브 잡스와 더불어 애플을 공동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씨가 나와서 스마트 폰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자동차 산업 분야의 발표자로 나선 사람은 폭스 바겐 자동차 그룹의 카를 한 명예회장이었다. 그는 미래의 자동차 시장에서는 한국 등의 아시아 국가만이 성장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그레고리 스톡 UCLA 의대 생명공학 교수가 발표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호적인 의약 개발환경을 만들 수 있으니 규제체계를 잘 조정하라고 권했다. 월드 워치 연구소의 플래빈 대표는 녹색산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이 분야를 이끌어나갈 충분한 역량을 가졌다고 내다봤다. 각자의 이야기마다 입힌 옷은 제각각 이었지만 향하는 방향은 비슷했다. 미래는 아시아의 시대다. 한국이 그 일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세계를 향해 시장을 개방하고 마음도 개방하라. 사람과 물자와 자본이 한국을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들라. 이제 실천이 남아있다. 가렐리 교수의 마지막 말이 생각난다. 'Just Do It! 당장 실천하라'. 실수를 하더라도 행동을 하는 것이 분석과 논쟁만 일삼는 것보다는 낫다. 포럼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실천한다면 우리의 앞날은 창창하다. 행사의 제목처럼 희망의 100년이 펼쳐질 것이다. 그나저나 앞으로 50년 후, 100주년 기념포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혹시 달이나 화성 같은 데서 열리는 것은 아닐까.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