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이공계 인재 키우는 백년대계

이영규 웰크론그룹 회장


최근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도 문과계열 수능 응시생은 33만여명으로 2.2대1의 경쟁률을 보인 반면 이과계열 응시생은 23만여명으로 1.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해 문과계열 지원자가 이과에 비해 대학 진학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대학 졸업생을 채용하는 기업에서는 이과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삼성·현대·SK·LG 등 국내 대기업 신입사원 중 이공계 합격자의 비중이 70~85%에 육박하는 등 이공계 전공자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970~1980년대만 해도 문과 대 이과 비중이 3대7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이과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어 7대3으로 역전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과생들은 대학 입시에서도, 취업 문턱에서도 높은 경쟁을 뚫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고 말았다.

이과 기피 현상이 지속된 데에는 교육당국의 정책 혼선이 크게 작용했다. 해마다 바뀌는 교육 정책으로 문과·이과의 균형 발전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며 어려운 수학과목 선택을 기피하는 학생들이 문과에 대거 몰리면서 이과 기피 현상이 심화됐다. 최근 문과·이과 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수학이나 과학 등 주요 이과 과목의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문과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인식도 문과 편중에 한몫했다.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부모 세대들은 이과를 졸업하면 현장에서 근무해야 하는 블루칼라가 되고 문과를 나오면 편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화이트칼라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러한 경향이 결국 자식들의 진로 선택 시 문과에 편중 지원하는 원인으로 작용해온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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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인문계 학과 확대도 문제다. 실험실·기자재 등 막대한 재정 지원이 필요한 이공계 학과보다 상대적으로 재정 지원이 덜한 인문계 학과를 대폭 늘리고 더 많은 신입생을 받으려는 대학 정책 또한 이과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막상 어렵게 대학에 진학하고도 인문계 졸업생들의 취업 문턱은 좁기만 하다. 지난달 현대차가 이공계 지원자들은 공채로 뽑고 인문계 지원자들은 상시 채용으로 전환하기로 해 '슬픈 인문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대부분의 대기업이 이공계를 선호하다 보니 인문계 졸업생들의 취업문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 또 막상 취업하고도 '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을 달기까지는 험난하기만 하다. 실제로 올해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는 50%가 넘는 공대 출신 임원이 발탁됐고 SK그룹도 전체 100명의 신임 임원 중 63명을 이공계 출신으로 선발하는 등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이공계 인력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렇게 이공계 선호 현상이 확산되다 보니 기업에서는 엔지니어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중소기업에서 어렵사리 우수한 엔지니어를 뽑아서 웬만큼 자리를 잡으면 좀 더 좋은 조건의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 일쑤고 대기업에서도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해외로 이직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신입사원을 아무리 뽑아도 정작 일손이 모자라는 기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공계 인재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교육당국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단순히 이공계 전공자를 늘리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해 고등교육 과정부터 수학·과학 등 이과 과목의 선택 비중을 늘리고 산학협력을 통한 맞춤형 인재 양성, 특성화 대학 육성, 우수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 이공계 분야에 대한 인식 개선 등 구체적인 이공계 지원책을 시행한다면 이과·문과의 균형 있는 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제 진정한 이공계 발전과 선도형 인재 양성을 위해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이공계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학계·재계가 함께 모여 '이청득심(以聽得心)'하는 대토론회를 가지는 것도 당면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좋은 방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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