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누구나 화가가 될 수 있다

고릴라 로마역에 서다 (이두식 지음, 정음 펴냄)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들고 땅바닥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렸다. 그 많던 어린 화가들은 그런데 왜 살아가면서 그림을 잊어 버릴까. 이 질문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른이 되면 우리는 그림은 특별한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림과 먼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림이라면 가끔 지루한 회의 시간에 노트에 볼펜으로 난초나 그리는 게 고작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고사하고 그림 감상조차도 다른 세상 이야기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잊고 있던 그림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저자는 누구나 화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화가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전업 작가만이 화가는 아니라는 얘기. 그림은 특별한 사람만이 그리고 전시회에서 감상하고 소장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쉽게 자신의 감정을 그림에 담을 수 있다. 그림이야 말로 가장 쉬운 표현 수단이기 때문이다. 화가 이두식의 예술 철학과 인생은 화가 지망생은 물론 현대인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린 50년 넘게 하루 4시간 이상 잔적이 없고 그림 앞에서는 감상자와의 소통을 위해 명상한 다음 그림을 그린다는 그의 엄숙한 자세를 교훈으로 삼을만하다. 홍익대 미술대학 학장인 저자는 로마 2000년 기념 사업 중 하나였던 지하철 미술관 작업에 참여한 아시아 유일의 작가이자 뉴욕 브뤼스터 화랑 초대 작가였다. 그는 한국의 잔칫날과 오방색, 동양의 붓 모필을 사용한 한국 정서가 가득 담긴 그림으로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마음에 그림 한장을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다시 연필과 붓을 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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