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객선 침몰 대참사] "현장 목소리 무겁게 받아들여라" 사나워진 민심에 엎드린 與

■ 정치권 반응

미흡한 대처·오락가락 발표에 "국민 편에 서서 대책 마련해야"

野선 "구조작업 마무리 되면 책임자 처벌·제도개혁 힘쓸 것"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흘째인 18일에도 생존자 소식이 없자 실종자 가족들이 절망하고 있다. 이날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를 찾은 실종자 가족과 학부모들이 2학년 빈 교실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안산=권욱기자

새누리당이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처 미흡으로 실종자 가족들과 학부모·국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6·4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해서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18일 여객선 침몰 사건과 관련해 "정부와 시각이 다를지라도 국민들 편에 서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세월호사고 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장에서 급박하게 들려오는 요청의 목소리, 아주 가냘프고 힘없는 목소리라도 절대 소홀히 여기지 말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종자 구조과정에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질타하는 실종자 가족들과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집권여당 차원에서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지난 16일 사고가 났을 때만 해도 당국이 효과적으로 대처할 경우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이 중립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봤으나 시간이 갈수록 당국의 책임론이 부각되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실제 해양경찰청 등 당국은 사고 직후 갈팡질팡하다 침몰된 세월호의 지휘권 행사도 못하고 침몰 전 선실 진입도 주저해 초기 구조기회를 놓쳤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또 단원고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고 했다가 290명이 넘는 실종자가 발생하는 어이없는 일도 겪었다. 당국은 조명탄을 켜고 야간수색을 한다고 했지만 실제 구조대의 선체 진입 시도는 사고 사흘째인 18일에야 본격 시작했다. 더구나 18일에도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고 했다가 몇 시간 뒤 "실패로 정정한다"고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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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한 전략통은 "이번 선거는 인물론과 생활밀착형 공약 등으로 돌파하고 야권이 정권심판론을 제기하면 야권이 주를 이루는 지방정권심판론을 내세울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참사로 인해 정권심판론이 커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권은 새누리당과 공무원들에게 골프 금지령과 음주 자제령을 내리는 한편 선거운동 중단과 경선일정 연기 등을 통해 사나워진 민심에 바짝 엎드리는 모습이다. 당 상징인 빨간색 점퍼를 입고 명함을 나눠주는 선거운동도 최소 20일까지는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세월호 참사가 미칠 영향에 대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구조작업이 완료된 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제도개선 등에 초점을 맞춰 여권을 질타할 계획이다. 새정치연합 사고대책 특위의 공동대책위원장을 맡은 우원식 최고위원은 "후진적인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제도개혁, 안전사회를 위한 예산 반영 등 총체적인 점검과 개선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여권에는 부담이 되고 야권에는 반사이익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야당이 과도하게 이용할 경우 반전의 계기도 있는 만큼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사고가 선장과 선원뿐만 아니라 당국의 미숙한 대처에 따른 사실상 인재(人災)라는 여론이 커질수록 여권에 악재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여권이 앞으로 사고대책을 치밀하게 해나가고 또 반전카드도 사용할 수 있어 결정적인 악재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후보별로는 인천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안전 관련 주무부청장을 했던 입장에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경선 일정이 1주일가량 연기돼 여야를 막론하고 '컨벤션 효과'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고자 했던 후보들에게 악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재까지 정부의 실책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여당 지지율이 빠지고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현장을 방문해 유가족 이야기를 직접 청취한 것으로 어느 정도 만회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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