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 주얼리호 피랍 사건을 계기로 해적 출몰 지역인 아덴만 부근을 지나는 인도양항로의 대체 항로로 북극항로가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정부도 러시아 등과 협의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러시아와 해운협정 등을 통해 북극항로 운항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내년쯤 시범운항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쇄빙선 아라온호가 기초조사를 했고 러시아 정부와 협의를 계속해 오는 2012년까지 시범운항에 나설 것"이라며 "국적선사의 신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북극항로는 유라시아 대륙 위쪽의 북극해를 통해 극동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로 러시아의 시베리아 연안을 따라 유럽 최대의 무역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는 바닷길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현재 인도양을 거쳐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인도양항로의 경우 2만1,000㎞에 24일이 소요되는 것과 달리 로테르담까지 1만2,700㎞에 14일이 걸려 이동거리와 소요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부산~로테르담을 북극해항로로 이용하면 선박 1척당 연간 1,22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예상된다. 특히 최근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선박들이 아덴만에서 계속 해적에게 피해를 당하자 인도양항로의 대안으로 북극항로가 부각되고 있다. 해적을 피해 희망봉을 경유하는 것보다 경로가 크게 단축된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북극항로로 가면 해적 문제가 없고 기간이 단축돼 연료비가 절감되는 등의 효과가 있어 최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북극항로는 빙하가 녹는 여름철에만 이동이 가능하며 영해 대부분이 러시아에 걸쳐 있어 러시아와의 협의가 중요하다. 국토부는 러시아와 해운협정을 맺어 통과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북극항로 통과시 자국 쇄빙선의 에스코트를 요구하며 관련 비용(1톤당 약 6달러)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 부분도 협의해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북극항로 이용이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한국선주협회의 한 관계자는 "북극항로에는 유빙이 있어 그 또한 (해적보다) 안전하다고 보기 힘들다"며 "어디로 가든 최선은 없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 아직까지는 (북극항로 운항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북극항로 운항을 위해서는 선사들의 투자비용도 있는 만큼 일단 항만ㆍ물류 인프라 구축, 항행 안전, 선원 교육 등 분야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향후 상용화에 대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