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1년 앞도 못보는 중기재정계획] 페이고 원칙도 못지키면서 장밋빛 전망만… 세수펑크 악순환

새 경제수장 철학따라 나라 살림계획 들쭉날쭉

예산배분 원칙마저 흔들

부양 돈풀기 효과 없으면 국민 부담 '부메랑' 우려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광경. 이 국무회의에서는 376조원에 이르는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정부는 해마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4년 단위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한다. 1년 단위 예산편성 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함으로써 한정된 예산배분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여 중장기 관점에서 국가재정을 운용하자는 취지에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발표된 2013~2017년 중기재정계획은 향후 5년간 국가재정의 전체 모습, 중기재정운용 목표 및 분야별 재원배분전략 등을 담은 나라살림의 청사진이 제시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중기재정계획(2014~2018년)을 보면 불과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세월호 참사라는 예측 불가의 국가적 재앙과 원화 강세 등 외부변수가 있었지만 새롭게 짜인 2기 경제팀의 출범과 함께 기존 중기재정계획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철학인 '확대균형론'을 담은 중기재정계획은 효율적인 예산배분은 물론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페이고(pay-go) 원칙마저 지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2013~2017년 중기재정계획에서 2013년 추경 기준 5% 세입 증가를 전망했다. 하지만 결산에서는 무려 8조5,000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이는 2014년 재정수입이 전년 대비 0.9% 줄어든 것으로 전망치와는 무려 6%에 달하는 차이가 난다.


문제는 정부가 이처럼 장밋빛 세입전망을 올해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4~2018년 중기재정계획에서 연평균 재정수입이 5.1%씩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재정지출은 이를 크게 밑도는 4.5%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낙관적인 경기전망을 근거로 작성된 예산은 결국 국민의 혈세로 메우는 빚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세수는 당초 예산 대비 4년 연속 펑크가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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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전망치 역시 1년 만에 숫자가 달라졌다. 지난해 정부가 제출한 중기재정계획에서는 국가채무를 2017년 기준 610조원(이하 GDP 기준 35.6%)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서는 2017년 기준 659조4,000억원(36.7%), 목표연도인 2018년 기준 691조6,000억원(36.3%)으로 계산했다. 전망치가 1년 만에 바뀌었을 뿐 아니라 목표연도 채무는 무려 81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무리 확대재정이 필요하다지만) 중기재정계획이 한 해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연도별로 중기계획을 짜놓고 단기적으로 너무 많이 흔드는 것은 국회 입법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내년 경상성장률을 6% 정도로 예측했는데 아무리 많이 성장한다고 가정해도 성장 3%, 물가 1.5% 정도로 최대 5%선"이라며 "증세가 이뤄지지 않는 한 목표로 한 세수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실제로 실현되는 세수감소를 과소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예산지출의 적정성도 논란이다. 내년도 복지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30%를 돌파했지만 돌봄과정, 누리교육, 고교 무상교육 등 교육 관련 공약가계부의 약속은 한푼도 반영되지 않아 줄줄이 파기될 상황이다. 반면 공약가계부 달성을 위한 세출절감 목표의 핵심과제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지난해에 줄인다더니 올해는 늘어났다. 정부가 올해 1조7,000억원, 내년 2조7,000억원 등 현 정부 임기 말인 2017년까지 SOC 분야에서 11조6,000억원의 지출을 줄여보겠다는 세부 플랜은 말짱 도루묵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한 관계자는 "우선 내년 예산을 확장적으로 펼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점검이 필요할 것 같다"며 "지난해 세수결손도 컸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결손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만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부양을 통해 원하는 만큼의 효과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효과는 안 나면서 지출만 늘면 결국 확장적 재정지출의 효과를 제대로 못 내는 만큼 장기적으로 가면 재정건전성만 나빠질 수가 있다는 얘기다. 예산지출 증가율을 5.7%나 늘렸다가 줄이면 나중에 굉장히 많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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