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에 적대적인 우파정당인 북부연맹 당수 로베르토 칼데롤리 이탈리아 상원 부의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열린 당 집회에서 “키엥게 장관을 보면 오랑우탄이 떠오른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그는 이어 아프리카로부터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키엥게 장관을 겨냥해 “그는 자기 나라에서 장관이 되면 된다”고 비난했다.
칼데롤리는 문제의 발언 다음날 “농담으로 한 말로 공격의 뜻은 없었다”고 발뺌했지만 키엥게 장관은 지난 4월 취임 후 줄곧 인신공격에 가까운 인종차별 발언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이탈리아의 극우 세력은 키엥게 장관을 ‘콩고의 원숭이’, ‘줄루족’(짐바브웨, 모잠비크 등 남아프리카 지역에 거주하는 종족), ‘반(反)이탈리아적인 흑인’ 등으로 부르며 그의 출신 국적과 흑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비방했다.
북부연맹 소속의 한 지역 정치인은 지난달 아프리카인이 여성 두 명을 성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성폭행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누군가 키엥게 장관을 성폭행해야 한다”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키엥게 장관에 대한 차별발언이 이어지면서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가 14일 칼데롤리 부의장의 발언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선을 넘었다”고 지적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잔피에로 달리아 공공행정장관도 “칼데롤리의 발언은 미국의 극우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를 떠올리게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사자인 키엥게 장관은 “이번 발언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이탈리아에 (자신이) 나쁜 이미지를 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태어난 키엥게 장관은 1983년 이탈리아로 유학 와 안과의사가 됐으며, 이탈리아인 남편과 결혼해 현재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이탈리아는 프랑스ㆍ독일ㆍ영국 등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이민 역사가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1990년 전체 인구의 2%이던 이민자가 현재 7%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이민자 수는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