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반미 시위 이슬람권 전역 확산

동남아도 가세 조짐… 금요기도회가 최대 고비<br>FBI "미국 내서도 폭력사태 발생 위험" 경고


반이슬람 영화인 '순진한 무슬림(Innocence of Muslims)'으로 촉발된 아랍권의 반미시위가 사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슬람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 반미시위가 중동ㆍ아프리카를 넘어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이슬람 국가로 확산될 움직임이 보이고 미국 내에서도 과격 이슬람 세력의 테러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해당 국가들이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 사태는 이슬람권의 휴일이자 금요기도회가 열리는 14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확산되는 반미시위=13일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는 분노한 시위대가 미 대사관에 난입해 경찰과 충돌했으며 이 과정에서 4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스위스대사관 근처에서는 500여명의 사람들이 "미국인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사흘째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지금까지 220명 넘게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 날 중동의 대표적 친미국가인 쿠웨이트에서도 500명의 시위대가 미국대사관 앞에 모여 알카에다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현재까지 반미시위는 리비아ㆍ이집트ㆍ튀니지ㆍ예멘ㆍ수단ㆍ모로코ㆍ이란과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이라크ㆍ방글라데시ㆍ모리타니 등 중동ㆍ북아프리카 지역 10여개 이상의 이슬람 국가에서 발생했다.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이슬람 국가들도 자국 주재 미국대사관 외곽에 경호부대와 특수경찰을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이슬람교도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는 국민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사태가 자칫 미국 본토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01년 9월11일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빌딩이 알카에다의 테러로 무너져 내린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13일 "반무슬림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국 내에서도 반미주의자들의 폭력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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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요기도회가 최대 고비=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는 이슬람권 국가들의 휴일이자 기도회가 열리는 14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은 14일(현지시간) 오후 기도를 마친 후 '1만명 행진'을 열 것을 제안했다. 이집트의 경우 아랍권의 수장인데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순진한 무슬림'이 처음 보도된 나라라는 점에서 반미시위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번 사태가 중동에서 반미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던 1979년과 같은 사태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시와 달리 지금은 아랍의 봄 이후 리비아ㆍ이집트ㆍ튀니지 등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정치세력들이 늘었으며 이들 정부도 적극적으로 반미세력을 규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들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은 13일 미국 측에 대사관 공격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으며 시위대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등 반미시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도 이날 카이로의 미 대사관을 공격한 시위대를 비난했으며 이집트 내 미국인들과 미 외교관 건물의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유튜브에서 반미시위를 부추기는 '순진한 무슬림'의 예고편을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아예 차단했다.

하지만 과거 아랍권 독재정권이 붕괴된 후 치안이 무너진 가운데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트 케이건 선임연구원은 "아랍의 봄 이후 중동 국가들의 민주주의 과정에서 이슬람 세력들이 발호하면서 비민주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랍의 봄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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