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HSDPA폰과 효도폰

화상통화에 고화질 영화감상까지 가능한 초고속이동통신(HSDPA) 서비스가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상용 서비스인 만큼 그 의미는 대단히 크다. 새로운 서비스의 시작은 앞으로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체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콘텐츠 산업 등 여러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효과도 크기 때문에 서비스가 빨리 활성화되는 게 바람직하다. 빠르게 발전하는 국내 통신산업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까지 은행 가판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던 효도폰을 구경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효도폰은 말 그대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사용하기 쉽도록 자판과 액정화면이 커서 알아보기가 쉽고 MP3 재생이나 카메라와 같은 기능들이 빠져 있어 가격도 저렴했다. 통화를 하는 것 말고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이런 형태의 휴대폰 수요는 항상 존재한다. 효도폰뿐만이 아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폰’도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키즈폰 역시 귀여운 디자인과 단순한 기능으로 해외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출시된 제품도 많지 않고 제품 자체의 경쟁력도 높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문자 메시지조차 보내지 않고 휴대폰을 오로지 전화를 거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따라서 수요가 분명히 있는데 시장에서는 이런 단순 기능만을 갖춘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카메라가 없으면 멀티미디어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테고 MP3 기능이 없다면 모바일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반면 이통사들은 “단순한 저가 휴대폰을 공급하고 싶지만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고가폰만을 내놓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책임을 서로 미룬다. 이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에 정작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 잔뜩 달려 있는 고가 휴대폰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통신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만큼이나 저렴하고 단순한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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