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내년 3월 러시아 대통령 선거 출마가 사실상 확정됐다. 지금까지 푸틴 총리의 대선 후보 경쟁 상대로 거론되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이 24일 푸틴 총리에게 대선 입후보를 제안하고 푸틴이 이를 수락했기 때문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퇴임 후 총리를 맡아 내각을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오는 12월 총선을 앞두고 24일 오후(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여당(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내년 대선에 푸틴 총리가 입후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 후보로 블라디미르 푸틴을 지지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은 대선 이후 내각에서 “실질적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역시 전당대회에 참석해 연설한 푸틴 총리도 메드베데드프 대통령과 이미 오래전에 누가 어떤 직책을 맡을지에 대해 합의했었다고 밝혔다. 푸틴 총리는 그러면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12월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의 연방 후보 명부 1순위 자리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0~2008년 2기를 대통령으로 재직했던 푸틴 총리가 내년 3월 대선을 통해 크렘린에 복귀하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총리를 맡는, ‘역할 맞교대’가 이뤄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날 오후 1시에 시작된 전당대회에 참석, 처음으로 연설에 나선 푸틴 총리는 “(국민이) 대통령과 총리로부터 선거 이후 권력 구조에 대한 제안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나와 메드베데프 대통령)가 무엇을 할지, 어떤 직책을 맡을지에 대한 합의는 이미 오래전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오랜 전통에 따라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총선 연방 후보 명부 1순위에 현 대통령인 메드베데프가 올라갈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박수로 이 제안을 환영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450명의 국가두마(하원) 의원을 뽑는 러시아 총선은 각 정당이 미리 의원 후보 명부를 발표한 뒤 투표 이후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정받아 명부 순서대로 당선 의원을 확정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 그런 만큼 후보 명단에 어떤 인물이 올랐는지가 정당별 득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푸틴에 뒤이어 연단에 오른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푸틴 총리의 제안은 책임이 무겁고 심각한 제안으로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동의한 뒤 곧바로 푸틴을 대선 후보로 추천했다. 메드베데프는 “나는 내각에서 실무를 맡을 준비가 돼 있다”며 “통합러시아당이 내년 대선 후보로 푸틴 총리를 추대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전당대회 참석자들이 이 제안에 박수로 호응하자 “이 박수는 푸틴 총리가 어떤 경험과 권위를 누리고 있는지를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항상 내게 언제 (대선 입후보에 대해) 결정할지를 물었고 어떤 때는 나와 푸틴 총리 모두에게 ‘서로 싸우고 결별한 게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며 “우리가 (오늘) 전당대회에서 제안한 것은 아주 깊이 검토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푸틴 총리와 나 사이에 동지적 동맹 관계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우리는 이러한 상황 전개를 논의했다”고 밝혀 2008년 대선을 통해 자신이 대통령을 맡고 푸틴이 총리로 물러날 때부터 푸틴의 크렘린 복귀에 대한 합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 연설 뒤 다시 연단에 오른 푸틴 총리는 먼저 자신의 국가 경제 발전 프로그램을 설명한 뒤 대선 후보 추대에 대해 “큰 영광”이라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이에 당 대회 참석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푸틴은 이어 12월 총선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총선은 정치 안정화를 위한 기본 환경을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대선 뒤 메드베데프는 내각을 맡아 국가 현대화를 이끌 효율적 그룹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메드베데프가 총리를 맡아 내각을 이끌 것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한편, 통합러시아당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내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이날 전당대회에는 러시아 전역에서 모인 지역별 당 대표와 초청인사 등 1만1,000여명이 참석했다. 통합러시아당 최고위원회 위원장이자 하원 의장을 맡고 있는 보리스 그리즐로프는 “정당명부 확정을 위한 전당대회에 이처럼 많은 인사가 모인 건 사상 처음”이라며 “이는 우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단합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러시아당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총선 공약과 함께 약 600명의 하원 의원 후보 명단을 확정한다. 러시아 전역을 대표하는 연방 후보 명단과 지역별 후보 명단이 함께 정해진다. 통합러시아당은 앞서 러시아 전역에서 치러진 경선 과정을 통해 후보자들을 선정했다. 후보자 선정 과정에는 당 인사와 함께 지난 5월 푸틴 총리가 선거용으로 결성한 정치ㆍ사회단체 ‘전(全)러시아국민전선’ 회원 등 150만명이 참여했다고 통합러시아당은 밝혔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