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금융시장 안정없인 매수 전환 힘들어<br>투신권 대량환매등 대비 현금보유 확대 나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인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10일 장중 1,2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매도 공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최근 들어서는 그동안 증시 버팀목 역할을 해온 투신권마저 펀드 환매 요구와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시장에 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투신권 둘다 당분간은 매수세로 전환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침체의 근본 원인인 신용경색이 완화되지 않고 있어 외국인ㆍ기관투자자는 물론 펀드를 통해 증시에 간접 참여 중인 개인들까지 모두 투자 심리가 최악의 국면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안정 없이 외국인 매도 완화 기대 힘들어=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4,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 들어 시장 불안 요인으로 지목돼온 공매도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됐지만 외국인 매도 공세를 막아내는 데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금융 시장 악화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다시 매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은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한 지난해 5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17개월째 연속 월간 순매도를 하고 있다. 외국인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팔아치운 주식 규모는 37조원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되기만 해도 증시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 지속은 복잡한 구조물의 결과이지 단순히 시장 지수 하락에 따라 변하는 게 아니다라”며 “중앙은행이 유동성 확대 조치에 나서더라도 신용경색이 완화돼 금융 시장 전반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주식시장에서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 우위 전환 가능성은 아주 낮고 매도 규모만 줄어들어도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연구원은 “오는 13일까지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긴급성명,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 G20회담 등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국제회의가 이어진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발표돼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된다면 외국인 매물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금 확보 급한 투신, 매도세 지속할 듯=최근 하락장에서는 투신권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그동안 투신은 하락장에서 ‘총알’ 배급 역할을 하며 지수 낙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매물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이후 투신권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규모는 3조원에 이른다.
급기야 지난 7일에는 자산운용사 사장단이 모여 투신권 매도 자제를 결의하기에 이르렀지만 사장단 회동에도 아랑곳 않고 투신권은 3일 연속 순매도로 시장에 대응했다.
이처럼 그동안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투신권이 매물을 쏟아내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앞으로 발생 가능한 대량 환매(펀드런)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투신권이 3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기간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4,564억원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펀드런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며 “최근 투신권의 매도는 주식 시장 하락과 비교해 과도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투신권의 매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연구원은 “아래 쪽으로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손실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현금 비중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투신권은 상당 기간 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에 비해 펀드 계좌로 돈이 안 들어오는데다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 사들이기보다는 완만하게 파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혜준 대우증권 연구원도 ‘완만한 매도세 지속’을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악화돼 있는 투자심리 탓에 환매 요구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환매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움직임이 계속 될 것”이라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서기는 하겠지만 매수세로의 전환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